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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윤

의도한 고립, 독특한 자연 경험 서비스 '부티크 캐빈'

-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쯤 품고 있는 숲속 오두막


최근 몇 년간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비즈니스가 흔들렸고 그 중 숙박업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산업이다. 엔데믹 이후 다시금 여행 수요가 높아지고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소비자들의 여행 트렌드는 이미 이전과는 180도 달라졌다는 점이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북적이는 공간보다는 한적한 곳을 찾는 사람들로 인해 조용한 자연에서 가족 혹은 친구, 연인과 보내는 캠핑이 대세로 떠올랐었다. 차박이 유행하고 캠핑 장비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7년 2조 원이었던 국내 캠핑 시장은  2021년 6조 3천억으로 성장했을 정도이다.


(출처: 휘게포레스트 인스타그램, eyesmag, 라플란드 인스타그램 )


호텔 대신 아웃도어 부티크 캠핑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새로운 숙박 사업이 있으니, 바로 아웃도어와 부티크 호텔의 하이브리드 형태인 AutoCamp(오토캠프) 브랜드이다. 기존의 글램핑과는 또 다른 컨셉으로, 글램핑이 각종 편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호텔처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호화로운 캠핑이라면, 오토캠프는 텐트 대신 미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캠핑카 에어스트림이라고 불리는 RV 전용 캠핑장을 구축한 것이 조금 다르다. (애초에 오토캠프라는 이름 자체가 자동차 여행자를 위한 캠핑장을 의미한다.) 또한, 세련된 브랜딩과 모던한 인테리어로 이곳이 캠핑장인 호텔인지 헷갈릴 정도로 스타일리시한 게 특징이다. 투숙객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클럽 하우스는 마치 리조트의 클럽 하우스를 연상케 할 정도로 럭셔리한 것도 차별화의 요소 중 하나이다. 이런 새로운 비즈니스의 등장은 코로나로 위축되었던 에어비앤비와 호텔 업계에 새로운 경쟁상대로 떠오르며 럭셔리 캠핑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안했다는 평을 받았다.


AutoCamp의 홈페이지와 에어스트림 (출처: AutoCamp 웹사이트)

이처럼 오토캠프가 기존 캠핑에 호텔 서비스를 더했다면, 앞으로 소개할 세 사례는 캠핑인 듯 캠핑은 아닌, 호텔인 듯 호텔은 아닌 숙박 서비스인 것이 특징이다. 



캠핑을 넘어 자발적 고립, 숲속의 은신처를 꿈꾸다

극단적으로 대자연을 나 혼자 누리는 숙박 서비스, 현재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겟어웨이(Getaway)와 호주의 언요크드(Unyoked), 독일의 라우스(Raus)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모두 작은 컨테이너 형태의 캐빈으로 외딴 자연 속에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들이 특징으로 타이니 캐빈(Tiny Cabin) 또는 디자이너 캐빈(Designer Cabin)이라 불리며 현재 가장 인기 높은 숙박 형태이다. 


1.Getaway

겟어웨이는 미국 전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부티크 캐빈 스타트업으로 디지털로부터 완전히 탈출하는 “디스커넥트"를 가장 특별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어떤 방해도 없는 완전한 자유시간을 전하는 브랜드로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연 속 회복을 강조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인터넷과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게 자금 박스를 따로 두고 있으며 퇴역군인과 간호사, 선생님 등 휴식이 필수적인 이들에게 스페셜 오퍼를 제공하는 등 겟어웨이만의 철학을 탄탄하게 전파한다. 현재 미국 전역 30개의 도시에서 1,000개 넘는 캐빈을 운영하며 많은 투자를 유치, 단단한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Free time을 강조하는 Getaway (출처: Getaway 인스타그램)

2.Unyoked

숙박업이 아닌 ‘주문형 자연 경험 서비스’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언요크드는 호주, 뉴질랜드, 영국에 100개 이상의 캐빈을 운영하고 있는 비즈니스이다. 누구나 도시에서 로그아웃한 후 고립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미국 겟어웨이와 비슷하게 도시와의 완벽한 단절을 컨셉으로 본인들의 캐빈을 ‘은신처’라고 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내가 숙박하는 장소를 예약 시에는 알 수 없고, 예약 당일 전해주는 독특한 시스템과 도시의 데시벨에서 탈출, 소음과 단절할 수 있는 언요크드만의 음반을 발매하는 등 독특한 마케팅을 전개한다. 브랜드 런칭 당시 첫 캐빈은 48시간도 지나지 않아 몇 개월 치 예약이 전부 마감되었고 수천 명의 대기자 명단까지 만들어냈다. 

캐빈 설명에 정확한 위치는 적혀있지 않다. Unyoked가 출시한 Field Recordings 음반 (출처: Unyoked 인스타그램, 웹사이트)

3.Raus

라우스는 21년도 창업한 독일의 스타트업으로 사람 때 묻지 않은 자연 속 캐빈에서 묵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농장 체험, 아침 식사 패키지, 가이드 투어 등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위 두 사례에 비해 좀 더 농장 속 캐빈과 같은 모습이 차별 요소로, 내 캐빈 앞으로 젖소가 지나가고 농부가 농사를 짓는 모습을 바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땅을 매입해 직영으로 관리하는 겟어웨이와는 다르게 농업 및 임업 분야의 상업용 빈땅을 가진 임대인을 모아 라우스 호스트를 모집하고 마케팅과 운영을 대행해 주는 등의 독특한 부동산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나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올해 매출이 지난해 보다 500%나 증가했을 정도 인기이며 향후 유럽 전역으로 확장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침 식사, 알파카 농장 체험 등의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Raus (출처: Raus 인스타그램, 웹사이트)


"숙박"이 아니다, "자연 경험 서비스"다

이들은 모두 오토캠프처럼 완벽한 편의시설을 내부에 갖추고 대자연 속에 세련된 디자인으로 무장한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오토캠프가 라운지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지향하고 어느 정도 기존 캠핑장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면,  위 세 가지 사례들은 철저하게 숲속에서 고립되어 단절되는 경험을 제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주 큰 차이점이다. 


겟어웨이의 경우 캐빈보다는 누구나 누려야 하는 자유시간(free time) 경험을 이야기하고 언요크드는 스스로를 서비스로의 자연을 제공하는 비즈니스로 정의했다. 라우스도 자신들의 서비스를 숙박이 아닌 편안한 장소와 함께 해야 할 것들로부터의 해방감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호텔이나 리조트, 혹은 오토캠프와 같은 프리미엄 글램핑과도 강조하는 부분이 다르다. 가장 중요한 숙소의 위치는 방문 이틀 전까지 공개하지 않으며, 어떤 프미리엄 어메니티를 제공하는지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로지 완벽한 단절, 고립, 회복 등 깊은 숲속에서 어떤 퀄리티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설명한다.



즉, 본인들을 숙박업이라 정의하지 않으며 새로운 자연 경험을 제공하는 일종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들이 판매하는 것은 “스테이”가 아닌 대자연에서 누리는 경이로운 야생에서의 하루, 반복되는 일상 속 잠깐의 자유 시간과 같은 “쉽고 간편하게 즐기는 자연 경험”이다. 



부티크 캐빈의 탄생

이른바 아웃도어와 부티크 호텔의 만남, “부티크 캐빈”의 탄생이다. 직접 텐트와 장비를 세팅하는 캠핑보다는 럭셔리하고 호텔보다는 요즘 트렌드에 맞는 스타일리시함을 지닌 진정한 프리미엄 아웃도어 숙박을 제안한다. 이제는 고급 호텔에서 인증샷보다 사막 한가운데 소수만이 아는 글램핑 텐트에서 별을 보는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이 더 힙하고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니즈를 그대로 파고든 부티크 캐빈은 지금 가장 핫한 숙박 비즈니스로 투자자들이 줄을 서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이들 부티크 캐빈이 가진 중요한 핵심은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접근성을 갖춘 위치 선정

세상의 끝에 도착한 듯한 대자연의 풍경에 압도되지만 실제로 부티크 캐빈은 도심에서부터 2시간 내외에 위치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동에만 반나절 이상을 써야 하는 오지는 아니지만 자연을 충분히 즐기고 빠르게 도시에 복귀할 수 있는 가벼운 접근성은 부티크 캐빈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자 성공의 요소이다.


정확한 위치는 공개하지 않지만 차 또는 기차를 이용했을 때 소요되는 시간과 방법을 설명하는 Raus (출처: Raus 웹사이트)

2.자연 몰입 경험 설계

팬데믹으로 커진 대자연에 대한 욕구와 24시간 끊임없이 연결되는 초연결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을 타겟하는 부티크 캐빈. 이곳에 도착하면 자연에 몰입하는 것 말고는 신경 써야 할 것은 없다. 비대면 체크인과 체크아웃, 도심으로부터 플러그 오프할 수 있도록 차단된 인터넷과 모바일 접속, 캠프파이어와 스모어, 야생동물 관찰 등 온전히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처럼 단순히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자연을 어떻게 프로듀싱해서 고객에게 보여줄 것인가도 부티크 캐빈의 중요한 요소이다.


(출처: Getaway웹사이트 및 인스타그램, Raus 인스타그램)

3.쾌적함과 편안함, 호텔 못지 않은 서비스

불편함 투성이인 깊은 자연 속이지만 제공하는 서비스는 호텔급이다. 캐빈 한쪽을 다 차지하는 통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대자연을 보며 가벼운 파자마만 입고 드립 커피를 마시는 모습처럼 편하고 쾌적하게 누리는 프리미엄 자연 경험 서비스를 제공한다(이러한 모습이 부티크 캐빈은 캠핑이 아닌 부티크 호텔에 더 가깝게 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감성샷을 위해서는 소품 하나부터 가구까지 모두 세련된 디자인과 완벽한 스토리텔링은 필수이다. 언요크드의 경우 완벽한 자연 경험을 위해 환경을 추구하는 가구업체인 코알라(Koala)의 매트리스를 배치했고 침구는 천연 섬유를 사용하는 인베드(In Bed)를 사용한다


(출처: OutsetLA, 오스믹 퍼스트 웹사이트)

4.규모의 경제, 프랜차이즈화

말이 캐빈이지 원룸 정도의 규모인 부티크 캐빈이기에 하나의 캐빈만을 가지고서는 수익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 여러 개의 캐빈이 모여 있어야 운영적이 면이나 비용적인 면에서 효율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완벽한 고립과 단절이 컨셉인 부티크 캐빈이기에 캐빈을 한공간에 밀집시킬 수는 없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장소에 같은 컨셉을 가진 캐빈을 하나씩 여러 장소에 오픈하는 것이 수익화의 핵심이다. 실제로 겟어웨이와 언요크드는 캐빈을 빠르게 늘리고 있으며 라우스의 경우 빈땅을 가진 호스트를 모아 파트너십 형태로 거점을 늘리고 있다. 모두 호텔처럼 높은 비용을 투자하지 않아도 멋진 자연의 뷰와 작은 캐빈을 놓을 땅만 있다면 본인들이 만든 브랜드 컨셉과 콘텐츠를 넣어 쉽게 오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이 기존 아웃도어 숙박 비즈니스와 가장 다른 부분이자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된 점이다.  


일관된 컨셉을 가진 캐빈을 활용해 빠르게 확장하는 부티크 캐빈들 (출처: Raus 웹사이트)


모두 가슴에 숲속 오두막 하나쯤은 가지고 살잖아요?

부티크 캐빈이라고 멋진 이름을 붙였지만 국내에서도 비슷한 형태가 몇 년 전부터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법률상 건축물이 아닌 임시 시설인 ‘농막’이 그 형태로, 거주는 불가능하지만 전원주택이나 세컨드 하우스 대신 저렴하게 시골에서 러스틱 라이프와 힐링을 꿈꾸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실제로 패션모델 한혜진이 유튜브에서 농막을 시골집으로 소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고, 아예 농막을 브랜딩하여 판매하는 전문 회사들도 등장했다.


자연의 뷰는 달라도 일관된 캐빈으로 빠르게 확장하는 (출처: 한혜진 유튜브, 세컨드하우스 웹사이트)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숲속 작은 오두막에 대한 환상과 로망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거주하기에는 매우 불편하고 비용적으로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시끄러운 캠핑장과 촌스러운 통나무 펜션이 해답은 아니기에, 부티크 캐빈은 새로운 숙박 서비스에 대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겟어웨이를 카피한 듯한 모델들이 한국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완벽하게 이들이 가진 본질적인 측면까지 고민한 부티크 캐빈은 등장하지 않은게 현실. 그렇기에 엔데믹 이후 해외로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국내 여행객들의 소비를 다시 끌어오기 위해서 부티크 캐빈과 같은 아웃도어 숙박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티크 캐빈을 표방하는 양평에 위치한 아틴마루와 제주에 있는 어라운드 폴리 (출처: 아틴마루 인스타그램, 스테이폴리오 웹사이트)


가지 공장 한 줄 평


ㅡ 시골에 놀고 있는 빈집 활용만 하지 말고 빈땅 활용도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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