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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예리

눈으로 키운다, 랜선 집사

개죽이부터 절미까지, 꺼지지 않는 랜선 집사 시장



다들 번쯤은 되어본 있잖아요? “랜선 집사”


지금 구독하고 있는 동물 유튜브 계정이 있는가? 혹은, 팔로우하고 있는 동물 SNS 계정이 있는가? 만약 YES라면, 당신은 랜선 집사의 자질을 충분히 타고났다. 절미, 달리, 백호, 햄식이 등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이 귀여운 이름의 털북숭이 동물 친구들은 지금 현재까지도 수십만 명의 ‘랜선 집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랜선 집사는 뭐 하는 사람이냐고?


‘랜선(lan) + 집사(펫 주인 본인을 낮추어 부르는 말)’ 반려동물과 함께할 돈도 시간도 공간도 없지만, 애정 할 마음만은 가득해요 귀여운 동물 sns 계정을 보고 즐기는 사이버 집사들

바라만 봐도 좋다. 한때 뷰니멀(view+animal)족으로 불리기도 했었다. 자신을 랜선 집사라고 지칭하던 동물 콘텐츠 소비자들은 한때의 시대적 유행을 넘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인다(2000년대 초반 개죽이를 기억한다면, 이러한 유행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나 혼자 산다의 허지웅은 상쾌한 아침을 애정 하는 고양이 영상으로 시작하며, 강아지 계의 오은영 박사인 강형욱은 실제 견주들을 넘어 랜선 집사들에게도 사랑받는(?) 셀럽으로 자리 잡았다. 단지 영상과 사진만을 가볍게 소비하는 랜선 집사뿐만 아니라, 실제 집사만큼이나 집사용 지식을 습득하는 ‘진성 랜선 집사’들까지 생겨난 것이다.


고양이 랜선 집사, '나 혼자 산다'의 허지웅 / 견주와 랜선 집사 모두에게 사랑 받는 강형욱 / 귀여운 인플루언견 '달리'

빠져든다, 진짜 동물을 키우는 것만큼…




랜선 = 스마트 = 행동하는 집사로


랜선 집사는 스마트하다. 그리고 점점 진화하고 있다. 먼 옛날 항간에 떠돌던 ‘귀여운 짤’만 소비하던 랜선 집사들은 랜선의 특성을 제대로 이용하여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고 있다. 여기 쓰다듬어 주세요, 저기 쓰다듬어 주세요 주문이 가능한 ’펫방’ 실시간 라이브 채널을 찾아 들어가기도 하고, 지친 일상에 시도 때도 없이 귀여움으로 힐링하기 위해 고독한 펫방(오픈 채팅)을 조용히 들어가기도 한다. 떠먹여 주는 콘텐츠를 공급만 받는 수동적 랜선 집사에서 직접 숟가락을 든 능동적 랜선 집사 형태로 변하고 있는 모양새다.



펫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유튜브 곰이탱이여우 채널) / 틱톡 인기 펫 태그 / 카카오톡 대화가 가능한 '드림이봇'

우리 랜선 집사들이 진화하고 있어요..!




랜선 집사는 거대한 팬덤이다


한때의 불타오르는 유행인 콘텐츠들과는 달리, 랜선 집사는 쉽게 식지 않을 시장이다. 귀여운 동물 친구에 대한 열망은 벽화 시절부터 유구한 전통을 자랑할 정도로 깊고, 그 열망을 최첨단 21C를 사는 1인 가구가 소비하면서 ‘랜선 집사’라는 형태로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새로운 플랫폼이 생기며 모양은 변할지언정 털북숭이에 대한 니즈를 가진 사람들은 항상 존재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랜선 집사는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 것인가? 열정적인 콘텐츠 소비, 계정 팔로우, ‘주접’이라고 불리는 무한한 사랑이 담긴 피드백, 실질적인 서포트부터 동물의 안위를 위한 오지랖까지… 마치 아이돌을 소비하는 현대의 팬 문화와 놀랍도록 닮아 있지 않은가? 사실 인간 스타가 동물로 바뀐 것일 뿐, 그들을 쇼잉하고 적극적으로 (모니터로) 소비하는 형태는 21C의 엔터테인먼트 문화와 유사하다. 말 그대로 동물 덕질인 것! 이를 미리 알아챈 사람들은 랜선 집사를 ‘팬심’을 겨냥한 털 뭉치 굿즈와 ‘고양이 없는 고양이 축제’ 같은 행사를 열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 옛날 H.O.T DNA가 담겼다던 목걸이와, 현재의 BTS 없는 BTS 콘텐츠 전시회와 같은 맥락이다. 랜선 집사들은 어쨌든 동물님들의 건강과 안위가 최고로 중요하기 때문에 굳이 실제로 영접하지 않아도 그들의 소울이 담긴(?) 귀여운 콘텐츠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짱절미 인스타에 달린 배우 곽동연의 '주접 댓글'

랜선 집사가 구경 갔다가 지갑 털리는 '궁디팡팡 캣페스타' / 사랑하는 동물님의 굿즈 (이웃집의 백호 인스타그램)


랜선 집사를 거대한 팬덤으로 치환해 생각한다면 여러 가지 비즈니스적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 (물론 기본적인 생명 윤리가 지켜진 선에서 말이다.) 정말 동물 그룹 형태의 콘텐츠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오픈될 수도 있으며, 수익에 허덕이는 유기동물 단체들은 ‘랜선 집사 저격 콘텐츠’ 시장을 소비자들에게 보상 형식으로 적극 활용해 기부와 입양 같은 선순환 구조로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의 랜선 집사는 애정을 기반으로 한 최첨단 문물을 사용할 줄 아는 스마트 팬덤이다. 혹자는 랜선 집사를 ‘귀여움을 즐기기만 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 생명을 쉽게 생각하거나 소유하지 않는, 트루 러브 스마트 팬덤’ 쪽이 더 맞는 것 같다. 모쪼록 팬덤엔 국경도 없다고 하지 않은가. 동물 친구로 하나 된 랜선 집사들은 나날이 늘어만 가고, 심지어 인종과 언어를 넘어 융합도 되고 있다. 2019년, 랜선 집사들이 이끌어낼 문화적 파장을 캐치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자.



가지 공장의

바라만 봐도 좋은 털북숭이, 모니터 상일지라도 그들과 희로애락을 같이하는 우리는 ‘랜선 집사’

랜선 집사도 집사로 본다면, 펫 시장의 정의는 어쩌면 많이 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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