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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은

어른이들의 추억 여행_노래

고인 물도 흐르는 시대, 온라인 탑골공원에 집합한 8090세대


여기 여기 모여라!


유투브 채널 'SBS KPOP CLASSIC'

한 유튜브 스트리밍이 전에 없는 큰 관심을 받으며 어른이들의 향수를 달래주고 있다. 이름하여 온라인 탑골공원. 90년대 대중가요 프로그램들을 모아 무한 재생해주는 채널들은 실시간 채팅창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을 지경이다. 드립이 난무한 댓글들은 빠르게 재생산되고 널리 퍼져 나간다. 추억을 소환해 다 같이 따라 부르거나 노동요로 사용하기도 하고 그 당시의 파격적이었던 세기말 감성의 의상, 안무를 새로 해석해 나날이 창의적인 드립이 생산되는 중이다. 무료한 일상의 활력이 되어주며 이제는 다 커버린 8090 어른이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온라인 탑골공원은 그렇게 새로운 놀이터로 급부상 했다. 한마음 한뜻으로 멈춰있던 시계를 다시 돌리는 이 현상은 인터넷의 헤비유저인 10대부터 30대, 나아가 40대 이상에서도 무섭게 퍼지며 회자되는 중이다.


테크노 여전사(위)와 기도하는 매실 오빠(아래)는 그 시절 가요시장을 먹여 살리는 큰 인물들이었다. (출처 : SBS KPOP CLASSIC)

그 시절 그 노래 ‘내 가수’였던 이들을 소환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무한도전 토토가는 2014년, 2016년, 2018년 세 번에 걸쳐 90년대 차트를 점령 했던 전설들을 모셔 왔고,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역시 벌써 세 번째 시즌을 오는 11월 방영 예정이다. 그리웠던 노래들을 재현하고 요즘 뜬 가수들을 통해 재해석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은 잊고 살았던 노래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았던 삶의 단편들을 추억하며 그때의 가요들을 꾸준히 소비해왔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대중의 니즈를 충족한 프로그램들

돌아온 국민가요 전성시대


TV 프로그램의 역할이 대중의 향수를 채워주는 공급자의 포지션으로 손수 현대화를 꾀하였다면, 이제는 그 열쇠가 소극적 수용자였던 시청자들에게 넘어오는 추세다. 더는 떠 먹여주는 트렌드가 아니라 직접 콘텐츠를 발굴하고 취향에 맞게 만들어가는 문화가 된 것. 좁은 선택의 폭으로 양질의 매체를 누릴 수 있었던, 국민가요, 국민가수가 존재했던 80년대 90년대를 잘 보존된 영상으로 ‘요즘’ 플랫폼 유튜브에서 맞이하는 감회는 새로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열풍은 그 세대만의 전유물일까? 고인 물들에게는 지나가 버린 옛 유행이지만 여전히 2000년대 이후의 태어난 신인류들에겐 새로운 미개척지이다. 이들에게는 더 특이한, 더 신기한 영상을 발굴하는 것이 놀이거리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과감한 콘셉트의 아이돌이 나온다 해도 사이버 여전사, 이정현만큼 독특한 분장과 직설적 안무 구현을 따라올 자 있을까. 아직은 구매력이 부족한 연령층이지만 온라인상에서 큰 흐름을 만드는 작업엔 누구보다도 전문가이고 시간을 투자해 일조한다. 웰메이드 떡밥이 그들 눈앞에 놓인다면 신박한 아이디어로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것은 눈 깜짝할 새일 것이다.


30년 전만 해도 요즘의 치열한 가요시장처럼 다양하고 많은 앨범이 쏟아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한번 차트의 정상에 선 곡들은 장기 집권을 이루며 전 국민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었다. 그 예로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쿨의 운명은 발매 당시 각각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5주 연속 1위 자리를 지킨 바 있다. 여러 세대에 걸쳐 큰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비법이 그 시절 음악 시장의 한계였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느낌을 주지만 아무렴 어떤가, 여전히 국민가요는 건재하다. 불법 테이프가 만연했던 시절 음원 수익이 가수들에게 제대로 돌아갔을지는 미지수지만, 어디서든 이 노래들만 나오면 떼창이 가능한 것은 분명하다.


‘달천이’라는 아세요?


대중가요라는 장르를 넘어 만화 주제가 시장도 2000년대 초반 투니버스를 중심으로 전성기를 맞이했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화제가 되는 작품은 바로 달빛천사. 목소리를 잃을 처지에 놓인 여자아이가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저승사자의 도움을 받는 감동적 스토리에 보통 만화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수의 주제가가 삽입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 역할을 녹음했던 성우가 이화여대 축제에서 주제곡을 열창하는 영상이 뜨더니, 많은 요청으로 화제의 당사자가 텀블벅에 펀딩 프로젝트를 열면서 일이 커졌다. 개인 비용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액수가 일본 원곡 커버에 발생하기 때문에 일명 ‘달천이’들의 힘으로 발매를 달성해보자는 취지였고, 목표액의 7,989%라는 역대급 성공을 거두면서 돌풍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달빛천사 ost 텀블벅 펀딩을 진행한 이용신 성우(왼) / ost 앨범 디자인 시안(위) / 투니버스에서 방영한 만화영화(아래)

2000년대 초 중반, 같은 것을 보고 자란 어린이들은 어엿한 어른이들이 되었고 향수를 사기 위해서라면 주저하지 않는 굳건한 소비층으로 거듭난 셈이다. 당시의 만화 방영사들은 좋은 퀄리티의 더빙과 주제가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자체 앨범을 제작했을 정도로  이미 시장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2015년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온 종이접기 아저씨의 말씀처럼 ‘우리 코딱지 친구들 착하게 잘 자라’서 소중한 추억을 참신하게 재정립하고 있다. 이러한 소소한 행복을 위해 일개미처럼 출근하는 그 시절 코딱지들을 공략하는 향수 어린 아이템들이 묵혀진 ‘아무거나’는 아니다. 모든 유행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듯 당시 시대의 흐름에서 웰 메이드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만이 좋은 추억으로 오랜 기간 간직되어 또다시 발현된다고 할 수 있겠다. 웰 메이드이기 때문에 촌스러워 보이지만 세련되게 재탄생되고, 유치할 수도 있었지만 공감을 얻어 흥한다. 


언제까지 갈까, 어른이들의 추억여행


고인 물도 흐르게 하는 복고 열풍은 노래를 넘어 단종된 과자와 잡지로 장르 불문 확산 중이다. 소비자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양방향 소통 채널과 다양한 유통 방식을 통해 그때 그 시절은 공유되고 재생산된다. 지금 이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복고 열풍이 주기적으로 트렌드의 문을 두드린다는 것을 안다. 돌고 도는 유행 속에서도 이번 시즌은 처음으로 전자화된 영상 콘텐츠가 실시간 전국구로 공유되며 수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회자될만하다. 앞으로 20년, 40년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현재의 가요시장을 다시 만나게 될까. 


가지공장의


고인 물을 흐르게 하려면 추억 상자에서 향수가 짙은 ‘잘 만들어진’ 원석을 찾아내 드립의 제왕을 기다리면 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생기는 플랫폼 중에 찰떡궁합을 찾는 것이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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