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가 열렸다 하면 대박이다. 지난 3월 폐막한 서울 화랑미술제에 이어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는 관람객 수는 물론이고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역사를 새로 쓰는 중이다. 인기 작가의 그림을 사려면 몇 시간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구하기 힘들다. 웬만한 백화점 정기세일보다 핫한 아트페어. 열기만 하면 신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핫한 이유가 뭘까?
미술시장의 뉴페이스로 떠오른 ‘신흥 컬렉터’
이번에도 MZ세대가 한몫했다. 인플루언서들의 그럴듯한 인증샷을 보고 너도나도 아트페어를 찾아간다. MZ세대의 인증 경쟁으로 SNS는 아트페어 게시물로 가득하다. 페어에서 찍은 사진은 물론이고 본인이 구입한 작품 자랑까지.. 인증샷만 봐도 몇 년 전의 아트페어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재벌이나 사모님, 부유층만의 갤러리였던 아트페어가 한층 젊어졌다. 초고가의 블루칩 작품을 구입하는 돈 많은 VIP들은 여전하고 생애 첫 미술품을 사는 2030 신흥 컬렉터가 뉴페이스로 떠올랐다. 미술계의 새로운 붐을 일으키고 있는 신흥 컬렉터들을 잡기 위해 아트페어도 달라지고 있다.
# 너도나도 인증샷! 찍기 좋은 참여형 전시
인증샷 0순위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특별전이다. 알록달록 스포트라이트가 비추고 있는 부스는 관람객이 지나가면 다채로운 그림자를 만든다. 필립 파레노의 작품도 인기다. 2미터 대형 물고기 풍선이 떠다니는 방은 마치 큰 어항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MZ세대에게는 그럴듯한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것도 관람의 일부다.
# 몰라도 괜찮아~ 초보 컬렉터를 위한 배려
즉석에서 작품을 설명해주는 어플과 전시를 미리 볼 수 있는 온라인 뷰잉 룸(OVR) 서비스도 제공한다. 스캔 한 번으로 작품의 가격, 작가 소개, 거래 정보 등 모든 관련 정보를 알려준다. 늘어나는 초보 컬렉터를 위해 달라지고 있는 아트페어. 미술을 잘 모르거나 전시회가 처음인 사람도 주눅 들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모두의 축제가 됐다.
아트페어를 변화시킨 2030 신흥 컬렉터들. 예술가들과 그림 좀 볼 줄 아는 투자자들의 장이었던 아트페어가 MZ세대의 놀이터가 된 이유는 왜일까?
일상이 된 미술, ‘더 이상 어렵지 않아~’
미술은 특정 집단이 즐기던 과거와는 다르다. MZ세대는 대림미술관, 디뮤지엄과 같은 일상 속 미술관과 다양한 온라인 전시회의 영향으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작품을 보고 자랐다. 가족과의 소풍이나 연인과의 데이트로 미술관을 가는 게 자연스러운 MZ세대에게 미술은 더 이상 딱딱하고 어려운 존재가 아니다. 미술은 곧 일상이 됐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신진작가는 물론이고 기존 작가들의 소통방식도 변했다. 큐레이터나 갤러리스트를 통해서만 교류했던 보수적인 방식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은 작가의 전용 갤러리이자 작품소개서가 된 지 오래다. 작가와 직접 소통하는 게 불가능했던 전과 달리 인스타그램 DM창은 작가와의 일대일 소통창구가 됐다.
MZ세대는 전시회뿐 아니라 작가의 인스타그램으로 작품을 관람한다. 마음에 드는 작가를 찾으면 팔로우하고 팬이 된다. SNS 인플루언서 작가가 곧 스타작가인 시대이다. 인플루언서 작가가 대거 참여하는 아트페어는 인기스타들이 한꺼번에 참여하는 최대의 ‘아트 페스티벌’인 것이다. 아트페어가 MZ세대에게 핫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트의 굿즈화’ 예술을 굿즈로 쇼핑하다.
미술에 거리낌 없고, 미술이 일상이 된 MZ세대에게 ‘그림’도 달라졌다. 바라만 보는 그림의 떡이 아닌, 나만의 공간을 채우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소비한다. 꾸미기 위해 그림을 사는 이들. 갤러리에 걸린 예술품이 아니라 우리 집 방에 붙이는,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포스터가 된 것이다. MZ세대가 좋아하는 인기 작가들의 그림이 그래픽 디자인스러운 것도 이런 이유이다. 그림은 옷과 신발처럼 누구나 쉽게 사고, 모으는 재미가 있는 ‘디자인 굿즈’가 됐다.
가장 트렌디한 디자인 굿즈가 모여 있는 아트페어. MZ세대에게 아트페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할 수 있는 ‘아트 쇼핑몰’인 것이다.
‘아무거나 모으지 않아~’
진정성이 녹아있는
나만을 위한 ‘한정판 진품’
MZ세대는 본인의 안목이 담긴 굿즈로 자신만의 컬렉션을 채운다. 생필품을 살 때는 누구보다 한 푼 더 아끼지만, 본인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굿즈’에는 큰돈을 소비한다. 한 달 월급 수준의 고가 제품도 과감하게 지른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불황속에서도 플렉스 하는 자린고비들이랄까.
MZ세대에게는 ‘나만의 아이템,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희소성에 열광하는 이들. 너도나도 모두가 가지고 있는 국민 아이템은 매력적이지 않다. 식품, 패션, 가구 등 어느 분야든 같은 스타일의 상품은 수없이 많다. 거기에 진품과 구분하기도 힘든 감쪽같은 짝퉁까지… 갈수록 믿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제품을 찾기 힘들다. 구하기 어렵지만, 출신과 품질이 보장된 ‘한정판’에 목매는 이유다.
구하기 어렵다고 무조건 사는 것은 아니다. 희소성에서 오는 ‘진정성’과 추구하는 ‘자신만의 가치’가 모두 충족할 때 주저 없이 플렉스 한다. 나이키 스니커즈에서 샤넬백을 거쳐, 새로운 타깃이 된 ‘그림’. 이들에게 작가가 그린 그림은 자신의 안목까지 드러낼 수 있는 최고의 ‘한정판 진품’인 것이다.
올해 2월 신선한 충격을 줬던, 더 현대 서울의 ‘브그즈트 랩’. 번개장터가 처음으로 선보인 오프라인 공간이다. 에어 디올, 피스마이너스원 등 구하기 어려운 각종 한정판 스니커즈를 접할 수 있다. 현대가 작정하고 기획한 백화점에 리셀 매장이 들어섰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정판에 대한 검증은 끝났다. 번개장터의 첫 번째 테마였던, 스니커즈. 최고의 리미티드 에디션인 ‘그림'도 머지않아 백화점에서 구경하고 사고파는 날이 오지 않을까.
가지공장의 한 줄 평
‘한정판 아트 굿즈’에 빠진 MZ세대.
최고의 아트 몰, 아트페어에서 나만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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