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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윤

[스페셜 리포트] 앞으로 3년, 주목해야 할 푸드 트렌드 10가지 - Part.3


'먹는다'는 것이 단순히 배를 채우고 미식을 경험하는 것을 넘어 더 큰 의미를 키워나가고 있다. 장을 보고 간식이나 술을 고를 때도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사람들이 점점 다양한 종류의 먹거리를 찾으며 획일화된 식량 시스템에도 긍정적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또한, 로봇처럼 미래 기술들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기이기도 하다. 조리부터 서빙, 그리고 배달까지 현재 푸드 시장의 전 시스템 자동화를 목표로 다양한 비즈니스들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푸드 시장 속 우리의 식생활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까? 현재 푸드 시장 분석을 통해 향후 3년 동안 주목해야 할 10개의 키워드로 힌트를 얻어보자.


* 이 보고서는 브랜드 컨설팅 회사 에그플랜트팩토리(가지공장)에서 직접 참여한 프로젝트들을 분석하여 인사이트를 도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에그플랜트팩토리(가지공장)는 현시대에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비즈니스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캐치할 수는 통합 브랜드 컨설팅 회사입니다.



7. 푸드테크를 통한 ESG 경영, 푸드 제로웨이스트와 지속가능한 포장


최근 푸드 시장에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제로웨이스트’가 빠질 수 없다. 나날이 대두되고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ESG 경영을 실천하는 푸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의 일회용품 안 받기 옵션, 컬리의 분리배출 가능한 보냉 파우치 개발, 그리고 몇 년 사이 두드러지게 늘어난 생수병 무라벨 제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과연 단순히 에코 포장과 일회용품 줄이기만이 푸드 업계가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의 전부일까?


배달의 민족 일회용품 안 받기 기본 옵션화와 2023 월드 스타 패키지 어워드 수상한 컬리 보냉 종이 파우치 (출처: 글로벌 경제 신문, 패키징 플랫폼)

최근 제로웨이스트 패키징을 넘어 제조, 유통 등 푸드 시장 전반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적용하는 비즈니스들이 늘어나고 있다. 외관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 구독 서비스를 런칭한 국내 기업 어글리어스는 작년 대비 매출이 700% 증가했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식품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을 활용해 과자를 만드는 Pulp Pantry와 리필형 식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영국의 슈퍼마켓 브랜드 ASDA처럼 다양한 형태의 지속 가능한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며, 국내외 푸드 업계 속 제로 웨이스트 영역은 지금도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는 중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어글리어스와 리필 식료품 스테이션을 운영중인 ASDA (출처: 어글리어스 웹사이트, ASDA Corporate 웹사이트)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높은 비용과 긴 시간을 투자해가며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에 대한 글로벌 책임감과 각종 규제 때문도 물론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시장의 주요 소비자층이 점차 가치소비를 실천하는 MZ 세대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MZ 또는 잘파 세대로 분류되는 이 소비자층은 그 어떤 세대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용기내챌린지#플로깅과 같은 문화도 이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파타고니아 같이 환경 문제에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는 기업을 힙하다고 여기는 것도 이들 세대이며, 실제로 일상생활에서도 환경적인 책임을 실천하는 제품을 더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MZ 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70%가 ESG 우수 기업 제품의 경우 동일 제품보다 2.5~7.5% 더 비싸도 구매하겠다고 응답했을 정도이다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MZ 세대가 바라보는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


MZ 또는 잘파 세대가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용기내 챌린지와 플로깅 컬쳐 (출처: 인스타그램)

그렇다 보니 보수적인 식품업계도 이러한 성향의 미래 주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소통하기 위해, 단순히 포장 용기 개선을 넘어 더 광범위한 친환경적 접근이 필요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건 바야흐로 먹을 것이 넘쳐나는 풍요의 시대 속 근본적인 '푸드 제로웨이스트’이다. 현재 79억 명이 사는 지구에 1백억 명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생산되고 있으며, 이 중 3분의 1은 유통기한이나 먹음직스럽지 않은 외관과 같은 이유로 먹지도 않고 버려지고 있어 심각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 유통 등 푸드 산업 전반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푸드 제로 웨이스트 혁신 기업들이 앞으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푸드테크의 발전은 푸드 제로웨이스트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게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음식물 쓰레기가 생산되지 않게 하는 기술이나 생산된 음식을 최대한의 유통기한으로 끌어올려 주는 다양한 포장법,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다른 형태로 업사이클링 해주는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Wasteless 시스템이 적용된 매대와 식물이 가진 고유의 신선 유지법을 활용하는 Apeel (출처: 각 브랜드 웹사이트)

Wasteless는 유통기한과 소비량을 매대에서 모니터링하여 자동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AI 기반 솔루션을 개발, 단지 유통기한이 지났기에 버려지는 상품을 최소화하고 스마트한 재고 관리로 식품 낭비를 최소화해준다. 미국 Apeel은 채소와 과일을 감싸고 있는 자체 신선막을 최대 30일 정도 연장시켜주는 기술을 개발하여 주목을 받았고, SAVRpak은 우주 항공 식량에서 영감을 받아 식품 용기 내부에 습기를 흡수하여 신선도를 유지시켜주는 혁신적인 보존제를 개발해 이노베이션 챌린지 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Heyday Canning은 프리미엄 통조림 브랜드로 지속 가능한 형태의 음식 포장을 유통기한이 긴 통조림으로 제안하였다.


음식의 퀄리티를 최대 14일까지 유지시켜주는 SAVRpak과 캔 음식의 인식을 바꾸려는 Heyday Canning (출처: 각 브랜드 웹사이트)

생산과정에 버려지는 재료들을 활용하는 푸드 업사이클링 분야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영국 Toast Ale은 샌드위치 가게에서 사용하고 버린 식빵의 가장자리 부분을 수거해 맥주를 생산하고, 국내 CJ 푸드빌은 뚜레쥬르를 통해 남은 찌꺼기인 밀기울을 사용한 ‘착한빵식 통밀식빵’ 제품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더 나아가 최근 국내에서 식품 기한의 표기 기준을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변경했을 만큼 버려지는 식품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출처: 각 브랜드 웹사이트 )

하지만 제로웨이스트 실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솔루션을 개발하고 적용하는지 보다는 공정성과 진정성에 민감한 MZ와 잘파 세대 소비자를 속이는 ‘그린워싱’을 지양하고 투명하고 진실한 제로웨이스트를 약속하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8. 취향 맞춤 시대와 종의 다양성


몇 년 전부터 마켓컬리에서 심혈을 기울인 마케팅이 있다. 바로 취향 찾기 프로젝트. 최근에는 여름 시즌에 맞추어 딱복파와 물복파를 넘어 신비, 백봉, 대극천 등 어떤 종의 복숭아를 좋아하는지 경험할 수 있는 복숭아 취향 찾기 샘플러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사실 컬리의 취향 찾기 샘플러는 이번 복숭아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커피, 식빵, 딸기, 치즈 등 신선식품을 넘어 보다 다양한 카테고리를 선보이며 연이어 좋은 반응을 얻어낸 경험이 있다. 마켓컬리의 이런 독특한 캠페인은 기존 온라인 마트와는 차별화된 상품 구성으로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요즘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치는데 목적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비선호되던 상품들을 띄우고 종의 다양성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까지 가져온 좋은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컬리에서 선보여 큰 인기를 모았던 식빵과 딸기 샘플러 (출처: 마켓컬리)

이처럼 이상하게도 다양한 품종의 식품들을 마트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해외 시장과 달리, 유독 국내 시장에서는 감자와 토마토를 제외하고는 다양한 품종의 신선식품을 만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마켓컬리 사례 외에도 기존에 만나보지 못했던 품종의 신선식품들이 새로운 스토리와 브랜드를 입고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기 힘든 다양한 토종 곡물을 경험할 수 있는 곡물 경험 브랜드 카페 ‘곡물집’이나 다양한 감자 종자를 살리기 위해 시작된 브랜드 ‘감자밭' 이 대표적이다. 해외의 경우도 샐러드 브랜드 Sweetgreen에서 새로운 종자 Koginut Squash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였고, Simple mills는 밤나무 열매를 가지고 팬케이크 믹스 개발하여 재배 단계에서부터 재생 농업을 염두에 두고 곡물의 종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토종 곡물을 이용해 다양한 제품과 워크샵을 기획하는 곡물집과 감자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감자빵을 개발한 감자밭 (출처: 지역문화진흥원, 마켓컬리)

Sweetgreen에서 선보인 신품종 메뉴와 Simple mills의 토양 속 탄소 격리에 도움을 주는 밤나무를 활용한 팬케이크 믹스 (출처: Joanna Hsu, GreenBiz)

물론 생산성이라는 측면만 바라본다면 품종을 다양화, 다각화하는 건 합리적이지 못한 결정이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품종을 소비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평준화된 품질에 적당한 가격이면 만족하던 예전 소비자와 달리, 2023년을 살아가는 소비자들은 내 취항에 맞추어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새로운 취향을 찾아가는 형태에 익숙하다. 내추럴 와인을 찾아 여행을 떠나며, 간장과 식초를 종류별로 찬장에 갖추고, 수확 시기에 맞추어 다양한 꿀을 수집한다. 취향은 더욱 세분화되었고, 혀는 더 감각적으로 변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취향 찾기 성향이 바뀌지 않는한 당분간 식재료에 있어서만큼 품종의 다양성은 더욱더 가속화될 것이다.


90종의 간장을 소개하는 일본 브랜드 장인간장과 레몬, 바닐라, 생강 등 다양한 맛의 꿀을 제안하는 워커비 (출처: 職人醤油 웹사이트, 워키비 웹사이트)

그리고 놀랍게도 이러한 종의 다양성은 소비자의 즐거움이자 덕질하는 행복을 넘어 궁극적으로 지구를 살리는 긍정적인 결과까지 가져오고 있다. “지구는 매일 78가지 생물종을 잃고 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맛의 방주’ 프로젝트는 소멸 위기에 처한 종자나 식재료를 발굴해 기록하는 국제 프로젝트로, 1996년 이탈리아 국제슬로푸드협회 산하 슬로푸드생물다양성재단에서 시작되었다. 국제연합식량 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인류는 20세기에 채소 생물종 75%를 잃었고, 가축종 33%를 잃었다고 한다. 즉, 현재 인류가 먹고 있는 음식의 75%는 식량 작물 12종과 가축 5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이 기계화가 되고 대량 생산 체제로 변화하면서 더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곧 종의 다양성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기후 위기도 품종 획일화에 큰 위협을 주는 원인이다. 커피의 경우 전 세계에 130여 종이 있지만 현재 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커피는 크게 아라비카 커피와 로버스타 커피 두 종류로 나뉜다. 문제는 이 두 품종 모두 기후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만약 이 두 품종 모두가 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시, 전 세계 커피 시장에 큰 여파가 갈 것이란 건 안 봐도 뻔한 이야기다.


(출처: Saycoffee)

하마터면 모든 종이 사라질 뻔한 위기의 지구, 취향 찾기라는 구세주가 지금 새로운 해결책을 제안해 주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단순히 트렌드로 끝나는 취향이 아니라 꾸준히 소비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Sweetgreen에서 Row 7 Seed Company이 개발한 새로운 호박 Koginut Squash를 이용해 메뉴를 개발한 것처럼 다양한 품종을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새로운 식재료를 친숙하게 해주거나, 마켓컬리와 같은 대형 유통사가 소규모 농장과 직거래를 통해 유통 경로를 확보해 주는 것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기후 위기나 질병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종자를 개량하거나 새로운 종자를 개발하는 등의 본질적인 솔루션을 위한 스마트 농업, 애그테그(AgTech) 비지니스도 주목해야 한다. 우수한 종자 개발부터 생산, 유통, 가공까지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국내 애그테크 기업인 록야의 경우 작년 마켓컬리로부터 100억 원의 투자를 받을 만큼 유망성을 입증하고 있으며, 미국의 디지털 농업 스타트업인 Bowery는 현 기후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종을 실내 수직 농업을 통해 재배하는 방식으로 종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다. 시작은 개인의 취향 찾기였지만, 그 끝은 지구를 지키는 것이 될 종의 다양성, 오늘 저녁 당신의 식탁에는 어떤 종의 다양성이 있나요?


주목받고 있는 국내 애그테그 기업 록야와 미국 수직 농업 스타트업 Bowery (출처: 각 브랜드 웹사이트)


9. 지금 주류 시장은 세대교체 중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수제 맥주와 와인의 인기가 주춤하는 사이, 지금 주류 시장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우선 아저씨들이나 마시는 줄 알았던 전통주와 증류주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힙한 술로 떠올랐다. 술담화 같은 전통주 구독 서비스와 애주금호처럼 전통주를 판매하는 리커 스토어의 인기가 늘어났으며 독한 술로 치부되었던 위스키나 증류주 브랜드들도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2030 젊은 세대를 타겟하는 마케팅에 포커스를 맞추며 눈도장을 찍기 바쁘다. 대표적으로 박재범 소주로 유명함 원소주는 더현대 팝업스토어를 통해 MZ 세대의 위시 아이템 반열에 오르기도 하였고 싱글톤은 2030 세대 사이 인기 유튜버인 ‘thanks for coming’과 함께한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들로 각각 조회수 20만 회와 15만 회를 달성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시계 방향으로 술담화, 애주금호, 싱글톤의 플리 마케팅 콘텐츠와 성공적인 MZ 세대 마케팅을 선보인 원소주 (출처: 애주금호 페이스북, 술담화/원소주 웹사이트, thanks for coming 유튜브)

흥미로운 건 이런 고도수의 유행과 함께 기존에는 존재감이 미미했던 무알콜/저도수의 술이나 하이볼과 모히또 같은 가벼운 RTD 주류의 인기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판매량 기준 총 1510만 리터로 4년 전인 2017년에 비해 3배에 가까이 증가한 수치를 보여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믹솔로지(여러 종류의 술과 음료를 섞어 만드는 칵테일) 문화와 함께 하이볼도 그 인기를 증명하듯 단순히 술집을 넘어 영화관과 편의점에서도 만날 수 있는 보편적인 주류가 되고 있다. CGV에서는 최근 짐빔 하이볼을 영화관 메뉴로 출시하였으며, GS25는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를 통해 편의점 하이볼 전쟁에 불씨를 당겼다.


하이트진로에서 출시한 대표 무알코올 맥주 하이트 제로, 신촌 CGV에 생긴 하이볼 바 (출처: 하이트진로 유튜브, 월간조선)

한마디로 지금 주류 시장은 큰 지각변동이 생기는 중이다. 그리고 이 지각변동의 원인으로 주류 시장에 Z 세대의 유입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들 Z세대는 본인의 취향을 찾고 드러내는 데 있어, 그 어떤 세대보다 진심인 세대로 맥주에서 수제 맥주로, 와인에서 내추럴 와인으로 시장의 편도를 바꾼 것도 바로 이들이다. 그런 Z 세대가 이제는 소주와 전통주, 위스키도 개인의 개성에 따라 일종의 놀이처럼 주종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싱글 몰트 위스키를 베이스로 하는 믹솔로지 문화의 유행은 독한 술로 여겨졌던 위스키를 오픈런 아이템으로 승화시키며, 편의점에 입점시키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들 Z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술을 즐기지 않는 세대로 불린다. 이들은 ‘술을 잘 마신다 = 어른이다 & 멋있다’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만취를 하고 정신을 잃고 음주 운전을 하는 등의 행태를 오히려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장기적으로 개인의 신체 건강에 끼칠 위험을 더 먼저 걱정하는 세대이다. 또한 이들은 친구들과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소셜 활동을 하는 것보다, 디지털 세상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교류하는 것이 더 인간관계에 경제적이라고 생각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코로나 이후 외식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지만, 주류 시장에서 트렌드는 여전히 혼술, 홈술인 것 역시 이러한 성향이 반영된 부분이다.


즉 앞으로 주류 시장에 Z세대가 계속 유입이 되면 될수록, 도수는 더욱 양극화될 전망이며, 기존 소주와 맥주의 시대를 넘어 음료수와 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미 전통주 시장에서부터 저도수의 막쿠르트고흥 유자주처럼 맛부터 디자인까지 가볍고 발랄한 느낌의 주류들 많이 늘어났고, 유통에서도 올리브영이나 편의점처럼 보다 가까운 곳에서 쉽게 술을 소비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물론 아직도 모호한 온라인 판매 규제는 문제).


요구르트나 유자같이 젊은 세대를 공략하는 맛들을 활용하는 전통주 (출처: hy, 술담화)

또한 Z 세대의 건강에 대한 집착이 주류 시장까지 영향을 끼치면서 저도수를 넘어 기능성 성분이 추가된 무알코올 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는 술과 비슷하게 취기와 기분 좋음을 느끼게 해주는 다양한 허브와 천연강장제를 활용한 무알코올 음료가 대거 등장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Aplos는 대마와 강장제를 활용한 무알코올 증류주 제품을 출시했으며 Brez는 대마와 버섯을 활용해 숙취 없이 충분히 술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제품이라 설명한다.


(출처: 각브랜드 웹사이트)

또한, 무알코올 주류를 넘어 주류 대체 음료들도 주목해야 하는 카테고리이다. TINA는 차와 다양한 천연 재료들을 활용한 복합적 알코올 대체 음료를 표방하며 홍콩 NOVAK TEA는 홉 차를 기반한 슈거 프리&알코올 프리 탄산음료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Mocktail(비알코올 청량음료)이라 불리며 차나 커피를 기반한 비알코올 음료 시장이 나이트 커피, 나이트 티라는 새로운 이름의 카테고리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더욱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주류 문화에 어울리는 보완재들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안주와 테이블웨어는 더욱 이국적으로 변할 것이며, 집에서 쉽게 칵테일을 제조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나 각종 베이스 시럽 등도 함께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각 브랜드 인스타그램)


10. 로봇이 대체하는 푸드 시장


재료 손질부터 요리, 주문과 서빙, 설거지까지 모든 부분을 로봇이 대체하는 식당, 이는 더 이상 SF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키오스크를 넘어 요리부터 서빙, 배달까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푸드 테크와 관련된 로봇 산업은 더욱더 진일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로봇 카페 비트처럼 음료 제조부터 서빙까지 로봇으로 이루어진 무인 카페는 이제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애슐리, 퀸즈, TGIF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점에서도 안내, 서빙, 퇴식까지 로봇이 담당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서빙 로봇을 넘어 자율주행 배달과 드론 배달 개발 등 배달 로봇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미국 로봇 레스토랑 스타트업 SPYCE는 1시간에 300그릇 제조가 가능한 로봇을 개발하여 유니콘 샐러드 기업 Sweetgreen에 인수되었을 정도로 로봇은 현재 F&B 산업의 유망한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로봇 카페 비트의 로봇 바리스타, 배달의민족에서 선보인 자율주행 배달 로봇 딜리, SPYCE의 로봇 레스토랑 (출처: 전자신문, 플래텀, MIT Technology Review)

물론 기술의 발전에 따라 로봇이 좀 더 다양한 시장에 활용될 것이라는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로봇의 활용이 급격하게 증가한 시장은 바로 푸드 시장이다. 그만큼 이 시장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 로봇을 필요로 하며, 또한 로봇으로 대체되기 쉬운 시장임을 알 수 있다. 그러한 배경에는 엔데믹 이후 높아진 고용문제, 즉 인력난의 해결 방안으로 로봇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때문이다. 21년 하반기 기준 국내 음식점 및 주점업의 노동력 부족률은 5.9%로 서비스 업종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사회에서 서빙이나 배달과 같은 고강도 단순노동이 가능한 인구는 매해 감소하고 있고, 고물가 시대 속 인건비와 스태프 관리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된 까닭이다. 반대로 센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같은 로봇 관련 핵심 기술들이 발전함에 따라 기술 수준은 상향되었고 동시에 가격은 점점 저렴해졌다.


이제는 로봇을 구매해 사용하는 비용과 실제 사람을 고용했을 때 나가는 인건비를 비교했을 때 거의 차이가 없는 교차점이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에서 개발한 서빙 로봇 렌털의 경우 현재 가장 싸게는 월 33만 원 정도로 아르바이트생의 월평균 소득인 60만 원보다 저렴한 편으로 23년 2월 기준 전국에서 2,000대가 넘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인건비와 인력난 해결을 넘어 로봇 만이 가능한 데이터 수집 기능도 로봇 사용의 장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몇 시에 특정 연령대와 성별의 손님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가 무엇인지에 대한 데이터를 사람이 추출하긴 어렵지만, 로봇은 AI, 고품질 카메라, 센서 등으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정보 데이터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정보는 재고 관리와 인력 배치 등 다양한 경영 결정에 중요하게 쓰일 수 있다.


브이디컴퍼니에서 개발한 안내, 서빙, 퇴식 등 다양한 기능들의 로봇들 (출처: ZDNet Korea)

앞으로 푸드 시장에서 로봇은 무인 주문을 가능하게 한 주문 로봇부터 서빙을 도와주는 서빙 로봇, 그리고 더 나아가 재료 손질 및 요리를 도와주는 조리 로봇으로까지 확대되면서 그 범위가 점차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님을 직접 마주하는 서빙 로봇의 발전이 눈부시다. 2019년 500여 대의 불과했던 서빙 로봇은 지난해 5,000대로 보급 대수는 100배 늘었고, 올해는 그 두 배의 성장이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초기 일부 스타트업이 주도했다면 지금은 LG전자· KT· 현대로보틱스 등 대기업도 뛰어든 상태이다. 조리 로봇의 성장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9년 ‘롸버트치킨’이라는 이름으로 8분 30초 만에 로봇이 자동으로 튀긴 치킨을 선보인 로보아르테와 주문 결제부터 제조까지 주방 자동화 플랫폼을 지향하는 로봇 스타트업 퓨처키친이 국내 대표 사례이다.


로보아르테가 운영하는 치킨 조리 로봇을 활용하는 롸버트치킨과 퓨처키친이 치킨 조리 자동화 시장성 검증을 위해 오픈한 브랜드 왓어크리스프 (출처: 서울신문, beSUCCESS)

삼성웰스토리의 로봇 구내식당과 아워홈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배식, 잔반처리 로봇 (출처: 파이낸셜뉴스, 전자신문)

아예 조리부터 서빙, 퇴식, 청소까지 전 과정을 로봇으로 대체화하려는 곳도 생겨났다. 바로 급식 시장이다. 최근 서울시 교육청은 학교 급식실에서 사람 대신 음식을 볶고 튀기는 급식 로봇을 도입했고, 앞으로 음식을 자동으로 나눠주는 서빙 로봇부터 식판을 자동 세척해 주는 로봇까지 전 과정에서 로봇의 활약을 예고했다. 아직은 대규모 식당에서 로봇의 활약이 돋보이지만, 점차 개인 가정에서도 가사 로봇 형태로 다양하게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의 경우 Suvie라는 요리 조수 같은 조리 로봇 가전이 등장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단순히 오븐처럼 해동하고 데우는 기능에 그치는 것이 아닌 냉장으로 보관하다가 특정한 시간에 요리를 시작하라던가 수비드와 같이 특정한 요리 공법으로 조리해달라는 등 다소 복잡한 기능도 수행이 가능하다. 또한, 최근 LG랩스에서는 가정용 캡슐 커피 블렌딩 로봇 Duobo를 선보이며 가정 내에서도 푸드 로봇이 어색하지 않은 존재로 탈바꿈하고 있다.


(출처: Suvie 페이스북, LiVE LG)

하지만 로봇의 이러한 활약에도 여전히 잦은 고장이나 미숙한 수행력으로 완벽한 자율이 이루어지지 못해, 여전히 사람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단점들이 존재한다. 또한 관련 규제가 다 갖춰지지 않은 것도 염두 해야 한다. 아직까지 로봇 관련된 공통적인 위생적이 기준이 구체적으로 정립되지 않았으며, 돌발 상황에 관한 매뉴얼이나 법규도 모호한 상태이다. 하지만 점차 기술이 발전하고 사용이 더 대중화되면서 차차 보완될 부분들로 판단된다.



-3주간 진행되었던 푸드 트렌드 스페셜 리포트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시장 속 작지만 강한 스몰 트렌드를 다루는 트렌드 리포트와 현 시장의 흐름을 분석하여 미래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스페셜 리포트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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