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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나현

포모증후군이 가져온 MZ 세대의 패키지 여행, 새로운 소셜 트래블이 되다


ㅡ 다시 주목받고 있는 패키지 여행, 그 뒷면에 숨겨진 MZ 세대


최근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MZ 세대 유행은 다 해보고야 마는 일명 트민남 전현무가 MZ 여행 트렌드로 소개한 “몽골 패키지 여행”이 화제다. 철저한 개인주의를 선호하는 MZ 세대가 깃발 든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패키지 여행을 좋아한다고? 이건 팩트 체크가 필요한데... 실제로 요즘 2030 세대가 간다는 패키지 여행을 살펴봤더니, 뭔가 좀 달라졌다! 여행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MZ 세대의 상품 예약률이 전년대비 상승하고 있다는 것,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패키지 여행으로 이끌고 있는 걸까?


팩트가 증명하는 트민남 전현무가 말하는 MZ세대와 패키지여행 (출처: MBC 유튜브 채널, 네이버 뉴스)


네가 알던 내가 아냐, 달라진 패키지 여행


패키지 여행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바로 깃발 든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버스에 실려서 관광지 구경하고 사진 찍고 또 다음 관광지를 향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중간중간 쇼핑센터와 기념품샵 방문은 빠질 수 없었던 코스, 하지만 지금 MZ 세대가 선택하는 패키지 상품은 더 이상 이런 뻔한 도장 깨기와 쇼핑센터로 구성된 여행이 아니다.


1.특수한 패키지 여행

이전에는 패키지 여행하면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피렌체, 홍콩 같은 유명 여행지 상품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MZ 세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이런 여행지가 아니다. 오히려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통해 더 힙하고 로컬들의 추천 히든 플레이스들을 빠삭하게 알 수 있는 지금, 이미 너무나도 알려진 여행지를 굳이 여행사가 추천하는 코스로 가고 싶진 않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오지에 가까워 혼자서 갈 계획을 짜면 막막한 곳으로 떠나는 상품이 인기다. 교원투어에 따르면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몽골의 경우 올해 패키지 상품 예약 고객 중 2030 대의 예약 비율이 56%에 달한다고. 이처럼 볼리비아 사막 투어, 아이슬란드 오로라 투어, 알래스카 빙하 투어 등 뻔하지 않은 특수한 컨셉의 여행지들이 2030 세대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이젠 몽골의 초원, 캐나다의 오로라를 경험하러 떠나는 MZ의 패키지 여행 (출처: 하나투어, 인터파크투어 인스타그램)

2.여행도 인플루언서와 함께

연예인보다는 소셜미디어에서 기반한 인플루언서들을 더 친근하게 여기고 동경하는 MZ 세대. 이들에게 인플루언서의 셀링 파워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패션 인플루언서는 옷 브랜드와 뷰티 인플루언서는 코스메틱 브랜드와 협업하듯이 이젠 여행 인플루언서들이 여행사와 함께 패키지를 기획하기도 하고 함께 동행하는 상품이 등장했다. 정말 인플루언서가 키워갈 수 없는 영역이란 없는셈이다. 모두투어는 여행 크리에이터이자 에세이 작가인 서이룬과 함께 협업한 상품을 선보여 1분 만에 완판시켰고 하나투어는 국내 대표 여행 커뮤니티 미디어 ‘여행에 미치다’와 아웃도어 투어 전문가 길바울과 함께 협업해 키르기스스탄 테마여행을 런칭했다.



모두투어와 하나투에서 선보이는 인플루언서, 커뮤니티 협업 상품 (출처: 여행신문, 여행에미치다 페이스북)

3.꽃보다 청춘 현실판

한때 간판 여행 프로그램이었던 꽃보다 청춘처럼 같은 또래들이 함께 버킷리스트를 이루는 듯한 포맷의 패키지 여행들이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다. 참좋은여행은 MZ 세대를 타깃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걷는 일정의 여행 상품을 기획해 선보였다. 또한, 기존의 패키지 여행은 초등학생부터 부모님들까지 연령대가 다양하게 모이는 게 당연했다면 이제는 버블프렌즈, 여기트래블처럼 같은 또래, 같은 취향으로 묶어주는 2030 전용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는 곳이 인기다. 여행지에서 각자 여행을 하다가도 저녁에는 삼삼오오 모여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또래라는 공통점으로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럽, 몽골, 미주 등 또래끼리 묶어 떠나는 패키지 여행 인기 (출처: 여기트래블 인스타그램)


갠플의 대명사 MZ, 여행은 뭉쳐서 간다?


이렇게 보니 새로워진 패키지 여행이 어떻게 MZ 세대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지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원래 부모님들이나 가는 여행이라는 취급을 받았었는데, 도대체 어떤 점이 2030 세대의 눈에 들게 된 걸까? 실제 패키지 여행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단체로 모여 짜인 스케줄로 이동하는 건 같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이 오히려 MZ만의 필터가 적용되어 장점으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게 달라진 부분이다.


#. 짜여진 일정? 트렌디한 일정 선별!

요즘 패키지 여행에서 더 이상 전 일정 가이드 인솔은 먼 옛말, 요즘은 자유시간이 보장되어 있는 세미 패키지 여행이 디폴트 값이다. 일정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고를 수 있지만 이동은 같이 하기 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세미 패키지. 오히려 치안 때문에 혼자 가기 어려운 지역이나 렌터카가 필수인 곳들을 마음껏 다닐 수 있게 해준다. 즉, 더 이상 패키지 여행은 픽스된 여행이라는 단점보다는 필터링하듯 내가 맘대로 할 수 있으면서 안심하고 편하게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더 돋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MZ 세대는 파리, 방콕, 홍콩처럼 관광하기 좋은 곳들을 놔두고 왜 이렇게 가기 어려운 곳들을 굳이 굳이 패키지로 가고 싶어 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누구나 갈이 갈 수 있는 유명 관광지가 아닌, 가기 어려운 곳들이 트렌디한 여행지가 됐기 때문이다. 이제 이들에게 인스타그래머블한 여행 인생 샷은 이미 흔하디흔한 파리 에펠탑 앞과 홍콩 빅토리아 피크에서가 아닌 몽골 사막 한가운데, 아이슬란드 오로라 아래, 유럽의 듣도 보도 못한 소도시의 자연 풍경과 함께인 것이다.


#.모르는 사람과 불편한 단체생활? 일회성 커뮤니티!

우리가 잘 아는 MZ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철저한 개인주의라는 것. 혼밥, 혼영, 혼코노는 하면서 여행은 이제 함께 가겠다니! '모르는 사람들이랑 같이 가는 게 불편하지도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MZ 세대에게 목적과 취향이 같다면 일단 뭉치는 건 그렇게 큰 허들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몽골, 아이슬란드처럼 혼자서는 가기 어려운 여행지를 더 가성비 있게 갈 수 있고 치안이 걱정되는 지역도 모여 다니면 오히려 안심된다. 이들에게 그룹핑은 모르는 사람들과 어색하고 불편하게 섞이는 게 아닌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언제든지 뭉쳤다 헤어졌다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에 가까운 것이다.



FOMO와 소셜문화에 능한 MZ


이처럼 패키지 여행의 단점들이라고 생각됐던 것들이 이들에게는 새로운 장점이 될 수 있다니... 이른바 MZ 필터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그럼 왜 2030 세대는 패키지 여행에 MZ 필터를 씌우게 된 걸까?


유행에 살고 유행에 죽는 게 MZ 세대인 건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유행에 안 민감했던 젊은 세대가 있었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세대가 유행에 집중하는 건, 트렌드에 민감한 걸 넘어서 포모(FOMO)*에 가깝다. 개인 취향 존중을 외치며 독립적이며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또 동시에 소셜미디어 속 대중적 트렌드와 멀어지는 건 참을 수가 없는 아이러니함을 가졌다. 이런 이들에게 이제 여행사에서 만드는 패키지는 트렌드를 반영한 최상의 아웃풋이 되었다. 즉, 자유여행이 개인 취향이라면 패키지 여행은 대중적 트렌드라는 것이다. 여행 크리에이터들은 어찌어찌 다녀왔다지만 도저히 나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는 오지급의 여행지나 인플루언서들은 죄다 다녀와 인생샷을 남기는 여행지는 포모증후군을 가진 MZ 세대에게 어떻게 해서든 꼭 가보고 싶은 핫플레이스가 된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유행에 뒤처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리를 뜻한다.


몽골부터 몰디브까지 다양해진 인플루언서 협업 상품 (출처: 여행에미치다, 모두투어 인스타그램)

이를 간파한 여행사에서 하나둘씩 인플루언서, 힙한 여행 커뮤니티와 함께 만들거나 떠나는 상품을 개발해 선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일전에 요즘 영어교재들이 트렌디한 패션 굿즈처럼 바뀌면서 영어 교육 비즈니스가 새로운 전 화점을 맞이한 것처럼, 여행 패키지도 패션잡지처럼 가장 트렌디한 여행을 빠르게 캐치하여 상품으로 기획해야 하는 비즈니스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또한, MZ 세대에게 있어 공동체 또는 단체란 소셜이란 이름 아래 너무나 당연하고 쉬운 것이다. 온라인과 무수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모르는 사람과 쉽게 연결되고 단절할 수 있으며 심지어 글로벌적으로도 실시간으로 연결이 되는 환경이 이들에겐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목적성이 우선시 되는 관계가 MZ 세대의 취향을 저격한다. 당장 당근 마켓 앱 속 동네 생활 탭만 들어가 봐도 밥만 먹고, 산책만 하고, 영화만 보고 헤어지자는 목적성 그룹 핑이 일상이며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타인과 OTT 요금제를 셰어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이들이다.


당근마켓, 문토 등 다양해진 일회성 커뮤니티 플랫폼 (출처: 디지털투데이, 플래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MZ 세대가 일상에서 타인과 소셜링하는 방법으로 뜨고 있는 취향 공동체도 이들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문토, 남의집, 프립 등 다양한 소셜링 플랫폼에서 랜덤한 사람들과 운동, 문화생활 등 목적을 이룬 뒤엔 뒤도 안 보고 각자의 길을 간다. 이렇듯 패키지 여행이 가진 단체성도 단순히 ‘여행’이라는 목적을 위해 뭉치는 관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느끼는 것이다. 즉, 이들에게 패키지 여행에서 겪는 낯선 이들과의 공동체는 이전 세대가 느끼는 것만큼의 큰 허들이 되지 않는다.


종합해 보자면 MZ 세대에게 패키지 여행은 더 이상 올드한 여행 방식이 아니다. 이들에게 패키지 투어는 가장 트렌디하고 힙한 여행을 할 수 있는 경험이자 새로운 소셜 문화의 확장, 즉 이른바 소셜 트래블인 것이다.



패키지 여행의 새로운 접근, 소셜 트래블이 되다


그렇다면 여행 업계는 MZ 세대를 넘어, 미래 알파 세대까지, 어떻게 더 매력적으로 패키지 여행을 어필할 수 있을까?


1.세분화된 큐레이션 패키지

지금보다 더 세분화된 큐레이션으로 패키지 여행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취향을 고려한 소셜 포인트가 필요하다. 단순히 여행지 취향을 넘어 더 디테일하게 패키지를 꾸리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 Trovatrip이 이런 큐레이션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이 플랫폼은 단순히 여행자처럼 본인들이 짠 패키지를 선보이는 것이 아니다. 여행 인플루언서나 기업가들이 패키지를 기획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이들이 기획하는 패키지는 일반적인 패키지와는 다르게 굉장히 취향을 탄다. 예를 들면 태국 비건 미식 여행, 주술과 웰빙을 컨셉으로 한 아일랜드 여행 등 굉장히 구체적인 취향을 타깃하는 패키지 상품들이 즐비해있다. 이런 전문화된 큐레이션 상품의 경우 당연히 이런 취향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모일 것이고 이는 곧 자연스러운 소셜의 기회로 이어진다.


기존과는 다른 패키지 여행을 선보이는 Trovatrip (출처: Trovatrip 웹사이트)

2.커뮤니티 요소 추가

단순히 여행지에 대한 정보와 일정을 사전에 아는 것만으로는 이제 MZ 세대의 흥미를 끌 수 없을 것이다. 패키지 투어가 가진 일회성 커뮤니티라는 요소에 MZ 세대가 반응하는 것이기에 소셜 요소가 강조되는 패키지가 점점 더 많아질 수 있다. 이미 숙박업계에는 이런 요소가 빠르게 적용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을 선보이고 있다. Hostelworld의 경우 단순히 숙박을 예약할 수 있는 플랫폼을 벗어나 호스텔 리스팅에서 내가 숙박할 일정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을지, 그 사람들이 어떤 나라에서 오는지를 알려주며 호스텔을 숙박의 의미도 있지만 내가 여행지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해 준다. 또한, 국내의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의 경우에도 본인들의 숙소에서 어떤 이벤트를 하는지 홍보하며 커뮤니티 기회를 어필하는 건 이미 여행객들에게는 익숙한 트렌드이다.


MZ에 맞춰 전면적으로 서비스를 개편한 Hostelworld (출처: App Store)

3.여행사의 새로운 “중개 플랫폼” 역할

이미 교통, 숙소, 가이드 등 다양한 여행 인프라를 갖춘 여행사들이 기존의 상품 기획이 아닌 색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패키지를 여행사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여행자가 직접 참여하고 꾸려갈 수 있는 중개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단순히 카페나 동행을 구했다면 앞으로는 검증된 사이트에서 검증된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목적에 따라 패키지 여행으로 헤어졌다 모였다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중요하다’를 강조하는 여행 스타트업 트립소다가 이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트립소다에서는 투어 상품을 신청할 때는 유저들이 동행자가 누군지, 어떤 타입인지를 투어를 예약하기 전에 먼저 살펴볼 수 있고 예약한 뒤에는 실시간 채팅방으로 소통도 가능하게 해준다. 이에 그치지 않고 투어가 끝난 후에는 각 유저들이 좋은 동행자였는지 평가를 남기며 회원 간의 검증 시스템도 구축했다. 또한 트립소다가 준비한 패키지 상품 외에도 유저들이 직접 자신의 여행의 동행을 구할 수 있는 동행 페이지를 운영함으로써 경계 없이 다양한 타입의 패키지 여행이 가능하도록 한다.


기존의 패키지 여행을 보완한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립소다 (출처: 트립소다 페이스북)

이렇듯 점점 여행업계 전반이 이전과는 다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MZ 세대가 소비 시장의 주축이 되었고 이들을 위해 단순히 새로운 액티비티와 컨셉이 주축이 되는 ‘맞춤 상품’만 줄줄이 나온다면 패키지 여행은 다시금 유물급의 여행 스타일이 될 것이다. 포모증후군, 소셜링, 커뮤니티 등 MZ 필터로 새롭게 패키지 여행이 소비되는 지금, 패키지 투어를 재정의하고 새로운 여행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적기일 수 있다. 엔데믹으로 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는 추세와 함께 변화를 맞은 여행 업계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가지 공장 한 줄 평


ㅡ MZ 세대가 재발견한 패키지 여행, 다시 단체 여행의 시대를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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