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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예리

새로운 정의수호자, 유튜브캅스

네이트판, 국민청원에 이은 새로운 고발의 형태



양심까지 사랑했던 거야


얼마 전 불거진 유튜버 겸 인플루언서들의 협찬 논란 이슈들. ‘내돈내산(*내 돈 내고 산 아이템)’으로 버젓이 표기한 템들이 사실은 ‘내돈내산이 아닐지도 모르는 템’이었고, 수익금 전액 기부로 큰 호응을 받았던 모 유튜버가 사실은 협찬으로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분개했다. ‘도대체 내돈내산의 정의가 뭐냐’, ‘어디까지 믿어야 하냐’ 등 설왕설래하는 네티즌들의 모습이 한동안 이어졌더랬다. 소비자들의 배신감이 충분히 이해가 가면서도 문득, ‘4칼로리 이하는 0칼로리로 표기해도 무방’이라는 법 아래 제로칼로리 음료로 열심히 마케팅했었던 제품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지금 문제가 된 유튜버들의 모든 콘텐츠가 100% 거짓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굳이 말하지 않았던 사실들’이 소비자에게 ‘너도 결국 비즈니스였구나’ 하는 배신감과 거리감을 안겨준 것도 웃지 못할 사실이다. 더구나 팬이었다면 더욱 당황했을 이 사태!


#슈스스 #강민경... 다양한 피드백으로 현 해프닝을 타개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 


유명세를 등에 업고 활약하는 인플루언서 비즈니스의 경우, 팬들과 깊은 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지만 동시에 언제나 훅(?) 갈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팬들의 불만이 터질 수도 있고, 갑자기 인성 논란이, 때 아닌 양심 논란이 터질 수도 있다. 일반 시민인 우리야 그런 이슈거리가 터지면 그제서야 “어쩜 그렇게 뻔뻔했대?” 하고 투덜거리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기업들의 속임수라면 어떨까? 우리는 그들의 영리하고도 사소한 속임수에 ‘이 제품 정말 뻔뻔한걸!’이라고 쉽게 외칠 수 있을까? 아니, 대부분의 경우 마케팅이라는 명목 하에 스르륵 묻혀버린다. (불매운동 급으로 민족의 어떤 정서를 건드리지 않는 한 말이다) 게다가 웬만한 괘씸죄 이슈들은,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망(친구, 구독 채널, sns 피드)에서 살짝만 사각지대에 있으면 모두 쉽게 묻혀버리기도 한다. 우리는 너무 스마트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모든 정보에 관심을 기울일 수 없다. 내 관심 영역 밖에 있는 것들이 ‘의도적이지만 아주 사소하게’ 나를 속일지라도, 그 모두를 일일이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다들 한 번씩 보지 않았나요? 짜증나지만 금세 잊어버리는, #실제 게임과 무관한 중국 게임광고


그래서 내가 나타났다! 새로운 시대의 ‘유튜브캅스’ 


난세엔 영웅이 등장한다고 했던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몰라야 하는지조차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정보 시대에서 새로운 형태의 ‘정보 자경단’이 나타났다. 바로 ‘유튜브캅스’다. 이들은 총대를 매고 고발자의 역할을 자처한다. 예전에 네이트판과 요즘의 국민 청원 게시판이 시민 신문고의 역할을 도맡았다면, 이제는 유튜브 플랫폼으로 고발문화가 확산된 셈. 이 유튜브캅스들은 텍스트보다 곱절로 파급력이 높은 비디오 포맷을 활용하여 보다 파급력 있게 비양심 브랜드와 과장 제품, 그리고 짜고 치는 인플루언서들을 일벌백계하는 형태를 취한다. 크라우드펀딩 와디즈의 ‘좀 심하게 과장된’ 제품들을 고발하는 #사망여우 채널이 있는가 하면, 개인 차원에서 치킨 ‘브랜드의 미흡한 신메뉴 정책’을 고발한 #홍사운드, 혹은 틱 장애나 동물을 이용한 위선, 지나친 연출로 주목을 끈 악성 유튜버들을 잡아내는 자칭 ‘주작 감별사’ #전국진TV , '공동소송플랫폼' 부제를 달고 법적으로 조목조목 논란을 이슈화하고 대응하는 법을 알려주는 #화난사람들까지, 소재와 형태는 다양하다. 


와디즈 저격수로 이름을 알린 사망여우 (뒷거래 시도 브랜드도 가차없이 공개)


먹방유튜버 홍사운드 개인의 브랜드 기만 고발, 빠른 BBQ브랜드 차원의 대응을 이끌어낸 사례


'주작감별사' 전국진 TV, 주작유튜버들은 내가 찾아낸다!


'너 대리고소' 사회적으로 조치가 필요한 사건을 법적으로 대응하고 이슈화하는 #화난사람들


이들은 주변에 산재한 사소하고도 크나큰 오류를 요목조목 짚어내 단기간 내 유튜브 시장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소비자들의 가려운 니즈를 속 시원하게 긁어준 새로운 포지션- 즉 ‘정의로운 팝콘 맛집’으로 말이다.


“정보의 홍수 속 새로운 자정작용 채널들 흥미롭게 화낼 수 있는 클립이 가득! 모두 댓글창에 모여서 같이 추리해봐요”

“너의 거짓은 나의 힘”


예전에는 고발자 자신도 힘이 있었어야 했다. 일개 개인이 문제점을 발견했다 한들, 언론사에 대리 고발을 부탁하거나, 눈에 띄는 무력 투쟁 정도가 그나마 관심을 끌 수 있는 수단이었을까? 그러나 이제 유튜브의 시대. 한 사람 한 사람이 걸어 다니는 방송국이자 CCTV로 진화하게 되었다. 게다가 질 좋은 정보만큼이나 거짓 정보의 절대량도 많아서,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고발하고자 하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개인의 크리에이티브에 기대는 일반 유튜버와 달리 ‘사이버 자경단’ 유튜브캅스들에게 주제는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다. 즉, ‘너희의 과장은 나의 힘’ 슬로건이 찰떡같이 어울리는 포지션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유튜브캅스에 열광하는 이유


왜 유튜브캅스는 흥할 수밖에 없는가? 사실 유튜브캅스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개인의 공정성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며, 파급력만큼 팬만큼이나 적이 도사리고 있는 고트래픽 고위험 포지션이다. 그러나 자극적인 B급 찌라시 뉴스로 전락하지만 않는다면, 유튜브캅스는 정의구현적 측면 외에도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왜일까?


1) 화내고 싶어요? ‘정당하게 화낼 판을 깔아드립니다’ 우리는 모두 여러 가지 ‘화내고 싶은’ 사회에 살고 있다.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이론적으로는 화내야 할 일이 쌓여만 가는데, 현실에서나 넷상에서나 그 분노를 쉽게 표출하기는 어려운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튜브캅스는 여러 가지 정황과 증거를 조목조목 제시하여 ‘이 브랜드/기업/사람은 이렇기 때문에 지탄받아야만 합니다’라고 공표한다. 우리는 그들 덕분에,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칠 뻔했던 비양심들에 당당하게 ‘그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정의를 바로잡으며 분노까지 할 수 있는 풀을 조성해 주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사람들은 유입될 수밖에 없다.

2) 다 같이 달리는 논란의 기승전결 유튜브 댓글 창은 일종의 작은 커뮤니티와 같다. 각 계층의 사람들이 익명으로 모여 남녀노소 의견을 던진다. 누군가는 위트 있게, 누군가는 명언을 남기는 형태로 한 마디씩 일침을 가한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일종의 전우애를 가지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유튜브 콘텐츠가 논란이 ing 되고 있는 중에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에 모두가 기승전결에 쭉 동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네이트판에서 후기를 영영 올리지 않고 사라지지는 게시글이 많은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사건의 처음과 끝까지 전우들과 함께 달린다면? 흥미는 배가 된다.


3) 결국은 해피엔딩, 유구한 역사의 ‘사이다’ 콘텐츠 기승전결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모두가 바라는 건 단 하나, ‘사이다’다. 그 끝이 청원의 성공적인 끝으로 넘어가든, 기업이 논란의 제품을 전량 회수하든, 인플루언서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하든 어쨌든 결말은 모두 사이다를 원한다. 용사들이 모여 하나의 퀘스트를 깨듯, 유튜브 캅스가 터뜨린 이슈에 참여한 이들은 응당 사회 차원의 정의로운 응답을 원한다. 


실검을 장악했던 '피자나라치킨공주'사건. 1.'피자나라 치킨공주'를 향한 모 유튜버의 악의적 영상에 조작의혹이 불자 유튜브캅스들이 팩트체크로 이슈화

2.이후 해당 브랜드 챌린지로 응원하는 유명 유튜버들 + 3.고소장을 날린 기업 대응에 사이다를 느낀 사람들


정의구현에 팝콘이 한 술 들어간 새로운 형태의 자경단은 결국 현재 소비자의 숨은 니즈를 비추는 거울이다. 현대인은 화내고 싶다. 뭉치고 싶다. 사이다를 터뜨리고 싶다. 내가 못하는 '팩트체크'를 대신 해주는 유튜브 캅스는 공정이라는 가치로 사람을 묶어줄 수 있는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 새로운 고발 포맷의 형태는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아버지가 보던 종이 신문이 이제는 20대 자녀가 구독하는 재밌고 쉬운 뉴스레터로 변했듯 고발의 개념도 보다 라이트 하게 변모하지 않을까? 비밀리에 취재하고 크게 한 건 터뜨리는 구시대적 고발의 형식이 아니라- 취재 처음부터 사건의 기승전결을 구독자와 함께할 수 있는 형태의 ‘열려있는 고발’의 형태로 말이다. 이제 고발은 기자와 방송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개인이 취재하며 진실을 파헤치는 데에 펀딩을 받을 수도 있고, 어리게만 봤던 Z세대 본인들이 릴레이 고발을 펼치는 10대들의 네이트판 포지션 채널이 등장할 수도 있다. 유튜브캅스 본인의 역량을 넘어 댓글부대와 힘을 합쳐 정의를 구현할 수도 있다. 1세대 유튜브캅스가 지나간 다음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현실, 무조건적 감정을 조장하는 마녀사냥식 찌라시보다, 팩트에 근거한 자경단의 활동이 더욱더 활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지공장의

2020년, 고발에 위트를 섞으면 트래픽이 되는 시대! 올바른 분노도 비즈니스가 됩니다.

정의로워지는 방법, 어렵지 않아요. 진정한 소통경찰들을 위해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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