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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윤

덤폰의 귀환, 멍청한 기술에 매력을 느끼는 Gen Z

- 덤폰 트렌드의 찐 이유, Gen Z의 덤테크 소비


최근 휴대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엄청난 스펙과 세련된 디자인을 상상했다면 당신은 트렌드에 뒤처진 사람. 지금 유행 중인 휴대폰은 이른바 ‘효도폰’이라고 불리는 ‘피처폰’이 그 주인공이다.


리서치 회사인 Canalys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반면, 피처폰의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2019년 4억 대에서 2022년 10억대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피처폰 판매의 주도는 미국과 영국의 일명 Gen Z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이제 셀럽과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서서히 한국으로 넘어오고 있다.


(출처: 한소희, 유튜버 하영 인스타그램, Pinterest)

한소희와 뉴진스의 공통점 “피처폰”

국내에서 피처폰의 존재를 각인시킨 인물은 바로 배우 한소희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이다. 최근 구매해서 사용 중인 폰이라며 ‘갤럭시 플립 5’도 아닌 ‘갤럭시 폴드 2’를 꺼내 보인 것이다. 시원시원한 화면 비율이나 고화소 카메라는 없다. 일명 고3폰, 효도폰이라 불리며 특수한 니즈가 없으면 쓸 일이 전혀 없었던 피처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접었을 때 ‘착’하고 나는 소리와 버튼을 꾹꾹 누르는 기계식 촉감이 좋다는 점과 인터넷 속도가 느려 핸드폰을 잘 안 보게 되는 게 장점이라며 소개한 갤럭시 폴드 2는 이제 막 공개된 플립 5급의 인기를 보여주며 중고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품절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화제가 된 한소희의 갤럭시 폴더 2 소개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출처: 매거진 한경)

Z세대의 레트로 감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아이돌 그룹 뉴진스도 디토 뮤직비디오와 팬들과의 소통 앱 ‘포닝’ 등에서 꾸준히 피처폰 사용 모습을 공개해서 화제가 되었다. 뮤직비디오에서 공개된 피처폰은 삼성전자에서 2002년 출시한 ‘애니콜 카메라 폴더’로, 안드로이드도 지원되지 않는 피처폰이다.


뉴진스 전용 앱 ‘포닝’ 컨셉 이미지와 디토 뮤직비디오 현장에서 피처폰을 사용하는 모습 (출처: 뉴진스 인스타그램, 유튜브)

국내 피처폰 트렌드를 갤럭시 폴더 2가 견인하고 있다면 미국의 경우는 노키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일례로 노키아의 제조사인 HMR Global이 생산한 전화와 문자만 가능한 피처폰은 매월 ‘수만 대’씩 판매되고 있다. 구형 모델들도 다시금 판매가 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노키아 130과 150이라는 새로운 덤폰 모델을 선보이기까지 하였다. 노키아 150의 경우, 2016년도에 이미 출시된 적이 있는 모델이지만 이번에 출시된 버전은 Gen Z들의 감성을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컬러나 기능을 리뉴얼 하여 출시되었다.


덤폰 니즈에 힘입어 Nokia에서 새롭게 출시한 Nokia 130과 150 모델 (출처: techradar)


아이폰보다 힙한 덤폰의 귀환

이른바 덤폰의 귀환이다. 덤폰(Dumb Phone)은 스마트폰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전화나 문자와 같은 기본 기능은 탑재되어 있지만, 인터넷 액세스 기능이 낮거나 없는 등 제한된 기능을 가진 휴대폰을 통칭한다. 2000년대 구형 피처폰, 폴더폰을 생각하면 된다.


하루가 다르게 놀라운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는 시대에 그 어떤 세대보다 디지털과 테크에 능수능란한 Z세대가 왜 멍청한 휴대폰, ‘덤폰’에 빠지게 된 걸까?


덤테크와 Gen Z

이러한 덤폰의 유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덤테크(Dumb Tech : 로우테크로도 불리우며 일명 멍청한 기술)Gen Z(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후반에 출생한 세대로 어렸을 때부터 IT 기술을 많이 접하고 자유롭게 사용하는 세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덤테크는 여러 가지 기능보다는 한두 가지의 기본 기능에 충실하며, 디자인은 심플 그 자체인 디지털 디바이스나 기술 또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덤폰은 이런 덤테크가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덤테크와 덤폰 모두 그 유행을 이끌어 가고 있는 세대는 신기술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가 아닌 하이테크를 다루는데 능수능란한 Gen Z이다. 이른바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불리는 Gen Z가 어느 순간부터 스마트와 덤테크를 이분화하여 동시에 즐기고 있는 것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하이퍼 커넥팅 시대,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한 Gen Z

최근 가수 코드 쿤스트가 나혼자산다에 출연하며 스마트폰을 감옥에 넣어 사용하지 않는 에피소드를 방영하여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실제로 2022년 한 글로벌 트렌드 리서치 회사에 따르면, 청년의 30%가 스크린타임 제한을 설정하며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자정적인 노력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모든 우울증의 근본이라고 지적되는 SNS 탈퇴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데, 포브스에 의하면 2020년 22개국 Z 세대의 3분의 1이 지난 1년 동안 SNS 이용 시간을 줄였으며 17%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폐쇄했다고 한다. 지금은 메타로 불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부터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비리얼스레드까지 소셜미디어의 시작과 성장을 몸소 겪고 있는 Gen Z는 일생을 SNS와 함께하다 보니 이에 대한 부작용도 가장 극심하게 겪는 세대이기도 하다. 실제로 2022년 ORIGIN의 연구에 따르면 Gen Z 응답자 중 48%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안감, 슬픔, 우울감을 느낀다고 밝혔고, 이는 신체 건강만큼이나 정신건강을 챙기고 싶어 하는 Gen Z 세대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한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고 어떤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는 놀라운 연결성과 개방성이 오히려 Gen Z 세대에게 반감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덤테크가 성장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하이퍼 커텍팅(Hyper-Connecting)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집에서 영화 한편을 보고 싶어도 리모컨 여러 개를 사용해야 하고,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나의 실시간 위치와 정보가 노출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디지털 디톡스’가 절실 해진 Gen Z에게 덤테크의 귀환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이다. 디지털 소음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덤폰이 덤테크의 상징처럼 떠올랐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Gen Z를 중심으로 스트리밍 시대에 아이팟 셔플이 다시 뜨고 킨들 페이퍼 화이트와 후지 인스탁스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발생한 현상들이다.


(출처: Pinterest)

#.피처폰 들고 디카로 사진 찍는 Y2K 감성

물론 덤테크가 ‘디지털 디톡스’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다. Gen Z에게 덤테크는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최근 번지고 있는 Y2K 트렌드와 함께 떠오르는 잇 아이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로 겪어보지 못한 것에 향수를 느끼는 Z 세대의 독특한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덤테크가 가진 Y2K 감성은 이미 덤폰 외에도 다양한 카테고리에 반영되고 있다. 우선 덤폰과 같은 맥락으로는 캠코더, 2000년대 디지털카메라, 게임보이와 같은 레트로 디지털 기기들이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Z세대를 타겟팅하는 아이돌 문화에서도 덤테크 감성을 활용한 아티스트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뉴진스와 최근 BTS 뷔의 신곡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처럼 경험해 보지 못한 시기인 2000년대에 관심을 가지는 건 사회적,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지금보다 화려하고 경제 성장이 풍부했던 시대에 대한 동경이자 향수이기도 하면서 가상 세계보다 더 재미있는 과거 여행이 되어준다. 최근 틱톡과 유튜브 플리 등으로 다시금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는 일본 시티 팝도 비슷한 이유에서라고 볼 수 있다.


2023 시즌 그리팅에 활용되었던 캠코더 컨셉과 뷔의 신곡에 사용된 비디오, 필카 감성 (출처: 뉴진스, 뷔 인스타그램)

기술을 대하는 Gen Z의 이중적인 소비 태도

하지만 덤테크가 Gen Z를 중심으로 성장한다고 해서, 앞으로 스마트 테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Gen Z는 고해상도의 AI가 만들어낸 멋진 사진과 흐릿하고 뿌연 아날로그 사진을 모두 즐기는 세대이다. 이 둘은 양면성을 가지며 앞으로도 계속 공존할 것이고, 다만 비중이 적었던 덤테크의 활약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따라서 앞으로 전자제품은 의도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 아날로그 형태를 띠면서, 적절한 기술의 가미를 통해 어느 정도 디지털 세대를 위한 편의성은 갖추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즉, 아무리 덤폰이 디지털 디톡스에 찰떡인 제품일지라도 디지털로 전화하기 어려운 결과물(캠코더의 영상을 디지털화하기 어려운)을 준다거나, 개인 정보 보호에 취약한 점 등은 아무리 덤테크가 트렌디해 보여도 잠깐 입문했다가 곧바로 버려지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디톡스를 넘어 덤테크의 유행을 이끄는 부분 중 하나가, 역설적이게도 인플루언서와 SNS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말로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덤폰을 구매하고 덤테크 제품을 찾아 나서는 Z 세대가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연예인이 사용하니까, 제품을 쓰는 인플루언서들이 패셔너블해 보여서 사는 소비자들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덤테크 아이템을 기획할 때에는 요즘 Y2K 감성의 세련됨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하나의 Y2K 감성 가득한 패션 아이템의 역할도 같이하는 덤테크 기기들 (출처:오늘의 집, simihaze, sulegulenn 인스타그램)

신기술과 트렌드에 대한 피로 누적, 오리지널리티와 진정성이 새로운 가치가 되다

앞으로도 덤테크와 덤폰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에 가장 친숙한 Z 세대를 중심으로 놀라운 속도로 변하는 트렌드와 매일 새롭게 등장하는 신기술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틱톡이 세상에 등장하면서 트렌드 주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패턴과 공식을 깬 마이크로 트렌드들이 매일매일 쏟아지고 있다. 이는 곧 덤테크와 같은 현상을 앞으로 더욱더 두드러져 보이게 할 뿐이다. 이미 패션 쪽에서도 이른바 올드머니룩, 조용한 명품이라고 불리는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덤테크와 올드머니룩을 넘어 불편하고 촌스럽고 멍청하기까지 한 이러한 흐름이 또 어떤 카테고리에 영향을 끼치게 될지 주목해 보자.


가지 공장 한 줄 평


ㅡ 신기술과 트랜드에 대한 피로가 점차 누적되고 있는 Gen Z, 멍청하고 촌스럽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에 젖어들기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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