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이지윤

웰니스 지향적 세대, Z 세대의 새로운 헬시 팁시와 나이트 라이프


ㅡ 무알콜 & 저도수 시장의 인기와 Z 세대


최근 주류 시장에서 가장 핫한 트렌드는 뭘까? 위스키? 하이볼? 증류식 소주? 이런 주류도 인기이지만,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건 바로 무알콜 & 저도수 시장이다. 이 트렌드를 이끄는 건 주로 젊은 세대들로, CU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알콜 맥주 매출의 53.2%를 바로 이들 20대가 가져간다고 한다.


2023년 지금, 이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술의 소비량 감소 및 저도수 시장의 성장 등 보수적이었던 주류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주류 시장에 불고 있는 무알콜 & 저도수 트렌드


1.무알콜 전성시대

실제 국내 무알콜 맥주 시장은 5년 동안 46% 성장했다는 발표 자료가 있으며, 3-4년 안에 2,000억 원대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주류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에 따르면 무알콜 맥주 맛 음료 ‘하이트제로0.00’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31% 신장했다. 글로벌 시장은 이러한 현상이 더 심하다. 세계 최대 OTT 업체인 넷플릭스에서 맥주 유통업에 뛰어들며, 미국의 무알콜 맥주 생산업체 애슬레틱브루잉컴퍼니와 손잡고 위쳐의 한정판 무알콜 맥주인 ‘게롤트의 골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술이 가지는 우려를 희석시켜주는 무알콜 맥주가 술 대체재의 역할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와인도 무알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세계적인 와인 전시회 "프로바인"에서 ‘NoLo(무알콜 및 저알콜) 와인’ 시장을 조명한 보고서를 발표할 정도이다.


올 프리 무알콜 맥주 하이트제로와 넷플릭스 위쳐 한정판 맥주 (출처: 하이트진로 유튜브, 소믈리에 타임즈)

2.헬시 플레저와 만난 저도수와 저당

무알콜 시장만큼 저도수 시장도 활발하게 시장 파이를 키우고 있다. 특히 과일과 제로 슈거는 저도수 시장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벨기에 맥주 호가든에서는 여름 한정판 3도 '호가든 포멜로'를 출시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보수적인 소주 시장에 혁신을 일으킨 원소주는 17도 저도수의 원소주 투고를 선보였고,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는 순하리 레몬진은 "알콜맛 청량음료"라는 컨셉에 맞게 무려 4.5도 도수를 자랑한다. 여기에 청주 시장에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는 별빛청하는 도수 7도로 첫해에만 114억의 매출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저도수 제품들은 대부분 제로 슈거, 저당을 내세우고 있기도 한데, 즐겁게 건강을 챙기자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와도 맞물리는 현상이다.


포멜로의 상큼함을 어필하는 호가든과 독특한 패키지의 저도수 원소주 투고 (출처: 서울경제TV, 원소주 인스타그램)

3.부드럽고 연하게, 믹솔로지

소주와 토닉을 섞어마시는 소토닉, 위스키와 토닉을 섞어 마시는 하이볼 시장도 저도수를 선호하는 MZ 세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고도수인 소주와 위스키를 희석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맛과 디자인에 다양한 취향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마니아를 중심으로 애용되던 진토닉은 이러한 트렌드 때문에 깔라만시, 홍차, 진저에일 등 다양한 맛을 출시하였고, 실제 2023년 1분기 매출이 6년 전 매출에 비해 10배가량 뛸 정도로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MZ 세대의 취향이 즉각 반영되는 편의점에서 캔 형태의 RTD로 믹솔로지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 역시 모두 이러한 트렌드에 따른 결과인 것이다.


자칭 하이볼 맛집 CU에서 출시된 RTD 하이볼과 연태토닉 제품 (출처: CU 편의점 인스타그램)


웰니스 지향적인 Z 세대가 바꾸는 주류 문화


도대체 어떤 바람이 불었길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주류 시장이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 걸까? 내일이 없는 것처럼 술을 마실 수 있는 건 젊은 세대만이 가질 수 있던 특권 아니었나?


기성세대에 비해 술을 즐기지 않는 세대로 불리는 Z세대는 ‘술을 잘 마신다 = 어른이다 & 멋있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어떤 세대들보다 불확실한 미래 속에 살고 있는 우울한 세대로 손꼽히며, 만취를 하고 정신을 잃고 음주 운전을 하는 등의 행태를 오히려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장기적으로 개인의 신체 건강에 끼칠 위험을 더 먼저 걱정하는 세대이다. 또한 친구들과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소셜 활동을 하는 것보다, 디지털 세상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교류하는 것이 더 인간관계에 경제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술을 찾고 마시는 빈도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 이후 외식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지만, 주류 시장에서 트렌드는 여전히 혼술, 홈술인 것 역시 이러한 성향이 반영된 부분이다.)


만취보다는 알딸딸한 것, 적당히 나를 통제하면서 즐기는 음주가 이들에게는 어른스러운 음주 문화이자 자기관리인 것이다. 신체 건강(갓생, 오운완, 바프)과 정신 건강(마음 챙김), 더 나아가 사회적 건강(소셜 활동)까지 챙기는 이른바 "웰니스 지향적인 Z세대"에게 무알콜, 저도수 시장이 떠오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헬시 플레저를 넘어 헬시 팁시 (Healthy Tipsy)로


그런데 ‘이토록 웰니스를 지향한다면 술을 아예 안 마시면 되는 문제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야 하지 않아야 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아무리 술의 도수가 낮아지고 술 소비가 줄어든다 한들 술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것들은 변하지 않는 점이다.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기쁨, 어깨춤을 추게 만드는 멋스럽고 운치가 있는 풍류로서의 술의 기능은 그 형태가 아무리 변한다 한들 바뀌지 않는 속성이다. 도수가 낮아지고 어감도 이상한 건강한 술이 등장하는 건, 단지 지금 술을 소비하는 Z세대의 특징이 기성세대와는 조금 다르고, 그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이지 술이 가진 본질까지 변하게 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이들에게 술은 소셜 라이프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Z 세대의 소셜 라이프에서도 빠질 수 없는 술 (출처: Pinterest)

단순히 Z세대의 특성을 건강지향적인 측면만 바라본다면 현재 주류 시장에서 유행하고 있는 저당, 저도수와 같은 제품들은 모두 헬시 플레저 관점으로 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Z세대 있어 술은 웰니스라는 가치관에 영향을 받아 'Drunk' 에서 ‘Tipsy*'로 변화했을 뿐 술을 마시는 본질인 "소셜링"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술을 즐기긴 하되 딱 적당한 선에서 나의 신체, 정신, 사회 건강을 모두 챙기는 "헬시 팁시(Healthy Tipsy)“는 지금 Z세대로 인해 바뀌고 있는 모든 사회 현상에 중요한 키워드인 셈이다

*Tipsy: 술이 약간 취한, 알딸딸한


즉, Z세대는 웰니스 지향적인 관점에서 소셜 라이프와 건강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하는 유연한 세대로 이러한 특성이 주류 시장에 무알콜 & 저도수 시장의 성장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 시장을 재편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다.



술? 알코올 맛 음료! Z 세대가 바꾸는 새로운 나이트 라이프


그렇다면, 앞으로 더 강력한 바잉 파워를 갖게 될 헬시 팁시 성향을 가진 Z세대가 바꾸어 나가는 주류 시장과 나이트 라이프는 어떤 모습일까?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적당한 기분 좋음과 알딸딸함, 그리고 힙한 소셜 활동에 어울리는 음료 등 무알콜, 저알콜을 넘어 새로운 시장 변화에 주목해 보자.


1.알코올 대신 기능성 성분으로

아무리 무알콜, 저도수 시장이 성장한다 하더라도 기존 알코올이 가지고 있는 쾌락에 대한 부분은 포기하기 힘은 욕구이다. 이에 따라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취기와 기분 좋음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허브와 같은 기능성 성분이 알코올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대표적으로 대마, 버섯, 인삼과 같은 강장제가 들어간 제품들이 속속히 생겨나고 있다. Aplos의 경우 논 알코올 스피릿(증류주)으로 대마와 강장제를 활용하여 Calme과 Arise라는 2가지 버전의 제품을 출시했으며 대마가 첨가된 Calme은 릴렉싱을, 강장제가 활용된 Arise는 술처럼 텐션을 올리고 싶을 때 적절하다고 한다. 또 다른 제품으로는 대마와 버섯을 활용해 차세대 소셜 토닉 (next-gen social tonic)이라 주장하는 Brez도 흥미롭다. 두 브랜드 모두 다 알코올이 주는 숙취와 같은 후유증 없이도 충분히 기존에 술을 통해 느끼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대마와 강장제를 활용한 Aplos와 대마와 버섯을 사용한 Brez (출처: 각 브랜드 인스타그램)

2.새로운 나이트 라이프에 어울리는 대체 음료 시장 성장

아예 술 없이도 충분히 나이트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대안 음료 시장도 충분히 성장하고 있다. 우리가 주로 낮에 즐기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던 티와 커피가 대표적이다. TINA라는 브랜드는 이름부터 This is Not Alcohol의 약어로 차와 다양한 천연 재료들을 활용한 복합적 알코올 대체 음료라 스스로를 소개한다. 또한, 홍콩의 Novak이라는 브랜드는 대마나 버섯과 같은 환각성 원료에 보수적인 아시아권에 맞춰 홉 차를 기반한 슈거 프리 & 알코올 프리 탄산음료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Mocktail이라는 불리는 차나 커피 기반의 비알코올 음료 시장이 나이트 커피, 나이트 티라는 카테고리로 커질 것이다.


티 베이스인 비알코올 음료 TINA(좌)와 Novak(우) (출처: 각 브랜드 인스타그램)

그리고 단순히 주류 대체 제품이 늘어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에 맞춰 호프집과 바가 아닌 카페와 티 하우스가 새로운 나이트 라이프의 핫플이 될 수 있다. 이미 상수에 위치한 카페 그로니에서는 커피 칵테일을 즐길 수 있고 성수에 위치한 성수장테라는 티바라는 컨셉에 맞게 6시부터 자정까지 영업하며 다양한 티와 티 베이스 칵테일 및 주류를 제공한다. 또한, 일본에서는 술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술집이라는 스마도리바가 오픈해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좌측부터 상수 그로니, 성수 성수장테라, 일본 시부야의 스마도리바 (출처: 각 브랜드 인스타그램 및 네이버 지도)

3.새로운 주류 문화에 어울리는 보완재

코로나 이후 외식에 그치지 않고 집에서도 이국적인 식문화를 즐기는 것이 주가 되면서 다양한 해외 식재료와 키친웨어를 만날 수 있었던 그로서리 스토어가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주류 시장에서는 홈술, 혼술 키워드와 함께 믹솔로지 문화가 뜨면서 칵테일을 집에서 제조할 수 있는 다양한 식재료와 도구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믹솔로지에 필요한 다양한 재료와 도구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감성 고블렛 잔 (출처: 바칸하, 브라잇영 인스타그램)

또한 술을 가볍게 즐기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피크닉이나 이동 중, 혹은 클럽에서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무알콜, 저도수의 미니 사이즈 제품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무알콜 스피릿인 Bonbuz는 200ml 미니 플라스크 버전을 판매하고 있으며 몰래 바나 레스토랑에 가져가거나 친구들과의 파티에서 함께 술을 즐기기는 자리에 안성맞춤이라 어필한다. 지금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컵 와인처럼 무알콜 음료들도 160ml에서 300ml 사이의 저용량 제품들이 편의성과 이동성으로 앞으로 더 크게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무알콜 스피릿 Bonbuz 오리지널 (좌)과 미니 버전 (우) (출처: Bonbuz 웹사이트)


Z 세대, 시장 혁신의 주역이자 새로운 소재 주체

보수적이던 주류 시장이 이토록 다양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누가 예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술과 웰니스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키워드의 만남은 Z 세대이기에 가능한 트렌드이다. 이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소셜의 균형을 지향하는 성향이 무알콜 & 저도수와 같은 비주류로 취급받던 시장의 성장 원동력이 되었고 기능성 성분이 들어간 주류와 대체 음료 시장 등 새로운 시장 가능성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그렇다면 술 다음으로 이들의 취향을 반영할 새로운 시장은 무엇이 될까? 그 답은 아마도 Z 세대가 쥐고 있을 것이다.



가지 공장 한 줄 평


ㅡ 헬시 플레저를 넘어 헬시 팁시를 지향하는 Z 세대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나이트 라이프 시장에 주목해보자!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