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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채은

커피에 스며든 오트밀크, 컬트가 되다!


- 내 몸에 편하고 지구에도 착한 귀리의 한국 진출기



‘스코틀랜드에서는 귀리를 사람이 먹고, 잉글랜드에서는 말에게 먹인다.’ 이런 통용될 정도로 귀리(=오트)는 척박한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먹는 생존 식량 정도로 취급받았다. 꺼끌꺼끌 거친 식감 때문에 타임지 선정 10대 슈퍼푸드 등극에도 소수의 건강 아이템이었던 귀리. 그런 귀리가 카페에 입성하면서 우유를 대신하는 대체유 시장에서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루키로 주목받고 있다!



귀리 우유 하나로 나스닥 상장, 오틀리
옵션의 끝판왕 스타벅스가 선택한 콜드브루 오트라떼


스웨덴 오트밀크 브랜드 오틀리(Oatly)가 일으킨 돌풍이 심상치 않다. 거대 투자자들이 붙기 시작하더니 나스닥에 상장한 첫날 19% 상승하며 포스트 우유 시대를 예고했다. 아직 시장에서는 미미한 점유율이지만 성장세가 무섭다. 디자인으로 이목을 끄는 마이너 피규어스(Minor Figures) 역시 한국에 정식수입되는 오트밀크 브랜드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친환경 브랜드로 오트로 완성한 차이라떼, 마차라떼를 RTD형태로 캔에 담는다. 예술가 집단이 런칭한 브랜드기 때문인지 그래피컬하고 힙하게 브랜드 소통을 진행한다.


1994년 설립된 세계 최초 오트밀크 브랜드, 오틀리_Oatly
영국에서 아티스트 그룹이 만든 마이너 피규어스_Minor Figures

오트밀크가 치고 올라가는 대체유 시장, 그 시작은 누구에게나 친근한 두유였다. 콩물에 국수도 말아먹는 한국에서는 오히려 카페 문화와 별개로 대체식이나 간식으로 꾸준히 소비되었고, 차츰 채식주의자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사람들이 '유당불내증'을 알게 되면서 라떼 패밀리로 편입되었다. 거기에 아몬드 브리즈를 필두로 한 견과류 추출물이나 코코넛 밀크가 가세하는 듯했으나 아몬드가 한 개에 약 4.5리터가 필요한 ‘물먹는 하마 작물’로 알려지며 친환경 소비자들은 떠났고, 코코넛밀크는 그 자체의 향과 맛이 강해 커피와 만났을 때 조화롭지 못하다는 평을 얻는다.



그렇게 두유의 후계자로 대체유 시장을 이끌어갈 바통을 물려받은 오트밀크. 이미 두유 옵션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스타벅스에서 오트라떼를 시즌 메뉴로 런칭할 만큼 이제 오트밀크는 대체유 바람의 최대 수혜자로 등극했다. 사람들이 대체유를 찾아 떠난 건 우유의 완전식품 지위가 무너지고 전 세계적으로 채식에 대한 이슈가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 마셨던 우유가 사실은 꽤 많은 사람의 몸에서 소화불량을 일으키고 역으로 칼슘을 빼앗아간다는 것은 이제 꽤 알려진 이야기이다. 거기에 더해 유제품 섭취을 제한하는비거니즘 철학은 낙농과 축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고, 영양소 균형을 위해 견과류, 곡류 등을 연구해왔다.


완두콩으로 만든 대체유 브랜드 Sproud (좌) & 아몬드유 점유율 1위 Almond Breeze (우)


최고의 짝꿍, 커피와 함께라서 가능한 오트밀크 컬트


온실가스 배출도 적고 아몬드 재배의 8분의 1의 물로도 잘 자라는 귀리는 유당불내증이나 견과류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들까지 모두 마실 수 있는 만능 대체유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커피 시장에서 독보적인 정말 중요한 것을 갖추고 있다. 바로 커피와 함께할 때 우유와 유사한 당분과 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


즉, 오트밀크는 커피와 함께할 때 좋은 짝꿍이 될 자격을 타고났다. 그리고 그것을 바리스타들이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시장이 꿈틀거렸다. 라떼에 중요한 밀크 폼이 잘 형성되는 ‘바리스타 에디션’이 오트밀크 브랜드가 택한 비장의 무기인 이유다.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카페에서는 대체유 옵션이 당연한 시대가 되었고 그중에서도 오트밀크는 마치 트렌디함을 인증하는 역할을 할 정도이다. 오트밀크와 더불어 오트밀 식단이나 베이크드 오트까지 기존의 귀리의 단점을 조리법으로 보완해서 점점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으로 카페나 식료품점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귀리 전성시대인 셈.


미국에서 급격히 성장하며 덩치를 키운 오트밀크 시장, 다음은 아시아다! (출처 : CNBC Make it 채널)


마실 것 전문가인 카페 바리스타들을 공략해 미국진출에 성공한 오틀리, 그 안에는 커뮤니티 마케팅과 컬트 커뮤니케이션도 한몫했다. 환경주의자, 베지테리언 같은 특정 그룹뿐 아니라 유당불내증인 전 세계 60-70% 인구와 맛과 향이 중요한 커피 러버들까지 꽉 잡는 특유의 캐주얼한 어투와 강력한 비주얼이 차별화를 더했다. 오틀리의 바리스타 플레이는 작년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카페 쇼에서도 이어졌고 이제는 중국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물론 #Silk #Quaker같은 팔로워들이 있지만 아직은 독보적인 오틀리를 따라오기엔 역부족인듯 하다.


한국에서 오트밀크를 찾아볼 수 있는 카페들 #Greylab #Arket_cafe #StarbucksKorea #Taperedcoffee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결국엔 입에 맛있고 속에 편해야 진짜 지속가능성


한국 시장에서는 아직까진 유럽이나 미국보다 비건 인구가 적은 편이다. 그렇다면 오트밀크 브랜드들은 환경이나 동물복지 이슈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쳐야 할까? 취향과 가치관을 먹는 음식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마냥 참아야 하거나 고통스러우면 언제나 실패하는 다이어트같이 한없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일단 한번 오트밀크로 배탈없이 온갖 라떼를 맛본 사람이나 귀리의 고소한 풍미가 더해진 카푸치노에 눈을 뜬 소비자는 굳이 좀 더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오트 매니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몸에 좋으니까, 환경에 좋으니까’라고 설득하는 것보다 더 우리 입에 맛있게 연구하고 더 나은 경험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짜 오래가는 마케팅임을 안다. 그것을 지지하는 커뮤니티가 바리스타 같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라면 더없이 믿음직스럽다. 아직 한국에서는 걸음마 수준인 오트밀크, ‘선한 게 힙한’ 세상이지만 좀 더 많은 사람이 귀리의 진가를 즐길 수 있는 대중화의 움직임을 기대하게 된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즐기는 다양한 선택지가 힙!



아직 우유가 절대강자인 시장이지만 오트밀크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 (출처 : CNBC Make it 채널)


우리는 다양한 취향,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우유를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대체유를 마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어불성설이고 여전히 거대한 낙농 사업에서 생산하는 전통의 우유는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기존의 선택지와 다른 혹은 더 나은 선택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응답하는 것이 새로운 힙이다. 오랜 시간 유지되어 온 우유 시장에서 갑자기 등장한 신생 오트밀크가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결국 편리, 맛, 가격 경쟁력까지 따라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좋은 문화로 정착시킬 수 있는 바리스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BeyondMeat 가 키운 대체육이란 선택지, #Oatly 가 한국에서 과연 대체유 판을 엎어 놓을까?

아직은 대중과 오트밀크는 알아가는 단계이다. 앞으로 어떻게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기냐에 따라 얼리어답터들의 산물로 남을지 우유 시장, 기존의 대체유를 진짜로 위협하는 대항마가 될지 갈리는 지점에 있다. 대체육의 아이콘으로 꾸준히 성장해온 비욘드미트보다 더 넓은 타겟을 포용할 수 있는 오트밀크 브랜드에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가지 공장


-친환경, 비거니즘, 락토프리, 거기다 디자인 감성까지 번에 마시는 오트라떼와 오늘부터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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