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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채은

하나만 팝니다, 바(Bar)에서 듣는 취향 심화반

ㅡ에스프레소, 위스키, 티…짧고 굵은 맛보기 문화 심층 분석



"이런 것도 바(Bar)가 된다고?”

콕 집어 에스프레소, 위스키, 티(Tea) 전문 가게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바라고 정의한다. ‘바’라면 이것저것 주문만 하면 다 만들어주는 마스터가 지키고 있던 칵테일 바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달라진 요즘 바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뭘 좀 아는 사람들이 모인다! 00바


출근길에 이탈리안들이 줄지어 서서 에스프레소를 원샷하고 가는 장소, 에스프레소 바가 한국에 상륙했다. 1-2년 전부터 하나둘 생겨나더니, 경력 화려한 바리스타의 커피를 맛보고 싶으면 꼭 들려야 하는 필수코스가 되었다. 2011년 세계 대회에서 베스트 에스프레소 부문을 수상한 최현선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바마셀', 커피 생두 업체 씨투씨 플랫폼에서 오픈한 '구테로이테', 스페셜티 커피 납품 전문 업체 '세컨드커피'가 시작한 커피 쇼룸까지. 대부분 바를 중심으로 미니멀한 내부와 적은 수의 테이블, 오래 앉기 다소 불편한 스툴 등 철저하게 에스프레소 테이스팅에 집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직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을 경험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을 타게팅한 셈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에쏘바': 바마셀, 구테로이테, 세컨드커피 (출처 : 각 인스타 계정)


그런가 하면 위스키 바도 종종 보인다. 마트와 편의점을 통해 위스키 입문이 쉬워진 요즘, 사람들은 다양한 시음을 위해 혹은 퇴근 후 긴장을 풀기 위해 위스키 한 잔을 선택한다. [양주+바]하면 지하에 위치한 무거운 분위기를 연상하기 쉽지만, 코너에 자리한 투명한 쇼 윈도우 너머 '모어댄위스키', 댄디한 분위기의 쌀국수집 위층 '몰티드', 전망 좋은 7층에 보글보글 게임이 기다리는 '마하세븐'은 그 허들을 낮춘다. 향의 프리미엄을 제대로 즐기려는 밀레니얼 세대가 느낄 법한 무게는 가볍게 덜어냈고, 위스키 리스트에 묻어있는 고민의 흔적은 더 진해졌다.



요즘 위스키 바 : 모어댄위스키, 몰티드, 마하세븐위스키 (출처 : 네이버 지도 사진)


'알디프 티 바'는 시즌 티 코스로 매진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다. 에스프레소 바처럼 빠르게 마시고 떠나는 형태는 아니지만, 바 자리에서 티 소믈리에의 스토리텔링과 함께 여러 잔의 티를 서빙 받을 수 있다. 계절별로 다른 테마와 그에 어울리는 티 블렌딩으로 평소에 차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3만 원이 아깝지 않은 특별한 경험을 기획했다. 스타벅스에서도 '티바나 바' 주력 매장을 오픈했다. 물론 기존 메뉴도 주문할 수 있지만, 특별히 티바나 브랜드를 내세워 시향 시음을 해볼 수 있는 것이 차별점이다. 바 자리에 앉은 고객은 티 소믈리에와 소통하며 개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티 소믈리에와 만나는 티 바 : 스타벅스 더해운대 R, 알디프 티 바 (출처 : 네이버 지도 사진)


얼핏 보면 충분히 이익이 날까 싶은 아이템인데 연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단순히 ‘바’라는 형식을 다양한 마실 거리에 접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 이거 하나는 잘해요!” 이야기하며 골목 구석구석에 자리를 잡아가는 각종 바, 도대체 어떤 차별점이 있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


바 문화가 만들어가는 컬트 브랜딩!


#. 리미티드 경험, 브랜드가 되다

요즘 바는 하나의 킬링 카테고리로 사람들을 초대한다. 대부분 유일한 본점을 중심으로 전문 카테고리 내에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것이 강점이다. 일단 한 번 방문하면 기본 두세 잔씩 주문하는 사람들에 에스프레소 바 구석은 쌓여가는 잔들 차지다. 위스키를 전문으로 한다는 바에는 최소 50 여종의 위스키는 모여있다고 하니 집에서는 엄두도 못 내는 라벨 컬렉션을 테이스팅 할 수도 있다. 참신한 차 이름, 물의 온도, 블랜딩 기술, 가미되는 재료에 따라 천차만별로 구현되는 티 역시 한 잔 한 잔이 특별해진다. 좁은 공간, 작은 간판이지만 대체할 것이 없는 이런 바들은 없어지면 많은 사람이 슬퍼할 견고한 브랜드가 되고야 만다.


#. 직접 만나는 전문성에 열광하는 사람들

종류는 다 다르지만, 에스프레소 바, 위스키 바, 티 바에서 빠질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바 뒤에 서 있는 바텐더이다. 이들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프로들이다. 대회 입상 경력과 업계의 영향력을 장착한 그들은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찐 인플루언서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실력을 믿고 뚜렷한 경험을 위해 찾아오는 고객은 그 수가 적을지라도 가장 팬이 될 가능성이 큰 타겟일 수밖에 없다. 그럼 전문성만 있다고 되는 걸까? 성공하는 바의 영업기밀은 바로 맞춤형 커뮤니케이션이다. 지식을 기반으로 추천을 하되 쉽게 풀어내는 서비스는 대중성을 포용해 많은 사람이 사고 싶은 경험을 완성한다. 흥미를 느끼고 찾아온 사람들이 즐기면서 그 세계를 넓혀갈 수 있도록 적절한 가이드의 역할을 맡는다.


#. 오롯이 하나에 집중한 공간

그곳에서만 맛보고 경험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대로에 있지 않아도 굳이 수고를 들여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골목상권에서 사람들을 모으는 구심점인 셈이다. 많은 사람을 한 번에 수용하거나 사람들이 오래 머무는 것보다는 제공하는 제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공간을 설계하기 때문에 바의 기능이 극대화되었다. 바를 기준으로 한 면을 바라보고 나란히 앉는 손님은 바텐더 뒤로 전시된 도구나 컬렉션을 감상하고 앞에 놓이는 한 잔을 오감을 활용해 즐긴다. 바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사람들이 유투브와 독학으로 찾은 취향을 팔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있다.


취향 발굴기를 지나 취향 정착기 & 취향 심화기


캡슐커피, 티백, 수입맥주를 지나 이제는 집에서 즐기는 취향 심화반

‘뭘 좀 아는 사람들만 모이는 장소’+ ‘현실에서 만나는 전문가’ + ‘커스터마이징 취향 디깅(Digging)’ 이 합쳐진 바는 이제 취향을 발견하는 것을 넘어 하나에 몰두하고 싶은 사람들이 소비하는 고퀄리티 경험이다. 비싸거나 불편해도 진정성 있는 취향 심화반에 지갑이 열리는 시대인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어떤 일이 펼쳐질까? 맛을 본 사람들만 아는 더 깊은 세계가 일상으로 들어온다. 집에 드립 전용 포트부터 드립용 저울을 갖춘 홈 브루잉 바를 설치하거나 위스키 전용 글랜캐런 글래스를 수집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다기 세트를 사고 수입이 되지 않는 티 브랜드를 직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바가 뜨는지 잘 관찰만 하면 일상에서 소비되는 핫한 아이템까지 읽을 수 있다.


컨셉진의 주축이 되는 김경희 편집장, 밑미에서 리추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각 분야의 인플루언서들 (출처 : 에세이캠프/ 밑미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심화 취향 소비는 F&B만 해당하는 이야기일까? 수많은 소모임 플랫폼이 있지만, 그중 리추얼에 집중한 ‘밑미’가 제안하는 각 분야 인플루언서와 함께하는 챌린지 프로그램은 단연 독보적이다. 매달 한 권의 책만 파는 ‘한 권의 서점’은 기존의 서점과 완전히 다른 책 마니아 거점으로 거듭났다. 책을 팔아 이익 나기 힘든 오늘날, 과감하게 팬층을 집합시키는 전시와 사인회, 북 토크 등에 집중해 팔로워를 계속 양산한다. 아무 글쓰기가 아닌 30일 동안 주어진 단어로 완성하는 에세이 챌린지 ‘컨셉진 에세이 캠프’는 경험이 풍부한 편집장을 내세워 참여자를 모집하기도 한다. SF 장르 전문 출판사 ‘허블’ 역시 대형신인 김초엽 작가의 첫 단편집으로 홈런을 치며 믿고 보는 SF 명문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제 장르도 채널도 상관없이 뾰족한 콘텐츠와 깊이 있는 기획이라면 니즈를 지닌 타겟이 먼저 찾아오기 마련인 것이다.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한창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의 취향을 존중하고 모객하는 방법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더는 적당한 것으론 스몰 비즈니스가 살아남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젠 누가 더 좁고 깊은 우물을 파느냐에 비즈니스 기회가 보인다!


가지 공장 한 줄 평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것 하나쯤 있겠지?’가 아니라 ‘네가 좋아하는 걸 여기까지 준비해봤어!’라고 이야기해야 살아남는 시대, 취향 심화반을 기획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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