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브랜드-소비자-환경을 잇는 강력한 대안, 제로 사이클이 세상을 구한다
고체 비누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심상치 않다. 국내 고체 비누 점유율 1등 ‘동구밭’은 매년 매출이 두 배 가까이 성장하고, ‘산타 마리아 노벨라'는 전통 제조방식으로 프리미엄 비누 시장을 꽉 잡으면서 올해 상반기 매출이 작년 대비 60% 넘게 증가했다. 인스타 피드에는 #샴푸바 #shampoobar #고체비누 등의 해시태그가 수천수만 건씩 업로드 되어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소수의 브랜드에서 도전적으로 시도했던 고체 비누, 그 반란이 시작되었다!
알고 보니 제로-웨이스트! 매력 넘치는 요즘 고체 비누
요즘 비누는 용도가 다양해진 제품군에서 과거의 고체 비누와 가장 큰 차이가 드러난다. 예전에는 하나의 비누로 세안부터 샤워까지 원-포-올(One-for-All) 뿐이었는데 오늘날 고체 비누 시장에는 샴푸 바, 린스 바, 설거지 바, 클렌징 바, 샤워 바, 바디 오일 바 등 그 기능은 좋아지고 세분화된 제품들로 가득하다. 단단해지는 고체 시장에 뛰어든 브랜드 풀도 넓어졌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불리 1803’, ‘딥티크’ 같이 고급스러운 향이 특징인 전통 부티크 브랜드를 비롯해서 ‘닥터 브로너스’, ‘라 부르켓’ 같이 자연주의를 외치는 브랜드, 국내 신생 친환경 스타트업 ‘톤 28’, ‘동구밭’, ‘아로마티카’ 등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무궁무진하다. 이제는 착하다고 선택하는 고체 비누가 아니라 철학 따라 취향 따라 골라 쓰는 시대, 코스메틱류를 완판시키는 2030을 비롯해서 살림템에 관심 많은 3040 역시 서서히 유입되는 중이다.
MZ세대가 주류를 장악하고 있는 액체 비누에서 고체 비누로 넘어오는 것은 단순히 디자인, 향 때문이 아니다. 고체 비누는 액체와 떼려야 뗄 수 없었던 플라스틱 패키징에 가장 쉬운 대안으로 다가간다. 물을 뺐기 때문에 플라스틱 굴레에서 벗어났고 조금씩 녹여 쓰다 보면 결국 남는 것 없는 ‘제로-웨이스트’에 가까워진다.
‘논-플라스틱 (Non-Plastic)’, ‘제로-웨이스트 (Zero-waste)’에 걸맞은 최강의 아이템으로 주목받기 전부터 고체 비누를 킬링 아이템으로 만들어 온 뚝심있는 브랜드도 있다. 그 시절 알뜨랑과는 다르게 힙하고 매력적으로 소비되는 브랜드, 바로 ‘러쉬’다. ‘Naked’라는 철학 아래 매장의 제품들은 날 것으로 진열되어있고 그 향기와 촉감으로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2014년에 세워진 비누 브랜드 한아조는 마블링 된 색감, 케이크처럼 레이어드된 형태로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 만들다 남은 조각이나 B급 제품도 그냥 폐기하지 않고 ’퍼그램’이라는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며 더 많은 사람을 친환경의 길로 인도한다. 이들은 입문템으로 좋은 고체 비누 시장의 터줏대감들이다.
MZ세대는 리사이클, 소재 개선에 만족하지 않아-
고체 비누가 연 코스메틱의 새로운 패러다임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는 기업의 철학과 진정성을 보고 선택을 한다. 매해 예상치 못한 세계 곳곳의 재앙을 목격한 이들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세대에서 큰 위기를 겪을 것을 안다. 플라스틱 산에서 시작된 움직임이지만 이제는 아예 쓰레기의 흔적이 남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로 확대되고 있다. ‘알맹상점’처럼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국내에도 서울, 부산 등 큰 도시에 하나둘 늘어나는 것을 보면 선제적인 친환경 대책에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사람들이 소비할 때 환경에 끼치는 영향까지 살피는 시대이기 때문에 브랜드들은 앞다투어 친환경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2003년부터 공병 수거를 진행했던 ‘이니스프리’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작년에는 페이퍼 보틀까지 선보였는데 아직은 플라스틱을 보강하는 종이 형태이고 오히려 분리배출이 더 까다로워 확대 적용되지는 못할 것 같다는 후문. 기존의 리사이클에서 소재 고민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정도에 만족할 2030이 아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분리수거 수치는 86%에 달하는 데 실제로 재활용되는 자원은 40%도 안 된다는 사실이 보도되었고 어마어마한 배신감을 불러왔다. 이제 [리사이클 = 친환경] 공식은 깨진 셈. 재활용이 안 된다면 아예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가 나오는 이유이다. 그래서 지금 고체 비누에 MZ는 열광한다. 이 작은 제품이 무엇보다 쉽고 현실적인 제로 웨이스트 솔루션으로 꼽히는 것은 ‘그냥 쓰고 나면 사라지는’ 성질과 맞닿아있다. 리필이며 공병 수거며 번거로운 과정까지 생략한다. 고객들이 필요한 제품의 알맹이만 살 권리를 보장하면서 코스메틱 산업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덜 만들고 남김없이 쓰는 제로의 세계
‘없애는 것을 고민하는 것’은 기존 기업들의 ‘선 제조 후 조치’ 형식이다. 고체 비누가 보여준 ‘시작부터 남기지 않는 시스템’이 진정한 지속가능성임을 맛본 사람들, 이제 그 과정도 기다릴 수 없다. 기획부터 덜 만드는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제품의 수명이 다한 뒤까지 책임지도록 요구한다. 이런 움직임은 코스메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택배 대란과 동시에 배송 폐기물 이슈가 있었던 만큼 물류에서는 누가 더 안전하면서 친환경적인 시스템에 도달하는가, 경쟁이 한창이다. 그중 눈에 띄는 건 ‘마켓컬리’. CEO가 직접 개발한 포장 시스템을 설명하며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데, 이번에 개발한 퍼플박스는 무려 4번째 버전의 배송 패키징이다. 스티로폼에서 시작해서 종이박스, 재생지 등을 거쳐 거의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다회용 백을 선보인다. 오염이 잦은 식품류 배송에서는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단계를 밟아 제로 웨이스트로 가는 길을 연구하는 것에서 브랜드의 진심이 엿보인다.
요즘 소비자들은 매서운 눈초리로 어쭙잖게 ‘그린 워싱’을 시도하는 것을 다 잡아낸다. 세계 1위 음료 회사인 ‘코카콜라’가 용기 재활용을 7%밖에 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관점에선 친환경을 흉내 내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병의 상징성이 브랜드의 운명과도 같았던 코카콜라가 두 손 놓고 버티는 것은 아니었다.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며 식물성 플라스틱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고, 현재 덴마크 종이 용기 개발 회사 ‘파보고’와 종이팩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그뿐 아니라 2030년까지 모든 생산된 병을 수거하고 재활용한다는 목표에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아무것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제 세계적인 대기업도 제로에 가까운 이상향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만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바야흐로 “제로-사이클(Zero-Cycle)”의 시대다.
지구를 위하고 브랜드에 적용하는 진짜 지속가능성
제로-사이클에 가까워지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고체 비누처럼 처음부터 필요한 것만 만들어 사용 후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 그리고 코카콜라처럼 브랜드의 자원을 100% 관리해 무한 순환하는 것. 만드는 것만 고민하는 시대는 끝났다. 단순히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원료부터 생산되는 과정, 유통, 소비 후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놓치지 않는 것이 진짜다. 이미 환경의 지속가능성은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경영에 가장 기본 요건이 되었다. 일례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브랜드는 페널티를 받거나 세금 폭탄을 맞는다. 다 같이 약속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 꼭 지켜야만 수익성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힙한 철학과 친환경 바람을 타고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프라이탁. 그들이 만든 가방은 업사이클을 실현한 상징적인 존재이지만, 다음 세대에겐 이것조차 버리면 쓰레기가 되는 상품 중 하나로서 ‘브랜드는 폐자재의 유효기간을 늘린 것뿐’이라는 비판을 들을지도 모른다. 아예 폐비닐이라는 것이 발생하지 않는 제로의 세계로 가기 위한 해결책을 발명하는 브랜드가 프라이탁의 다음 바통을 이어받게 되지 않을까?
가지 공장 한 줄 평
지구의 위기에 등장한 작은 영웅, 고체비누! 시작부터 남기지 않는 브랜드 비전이 진짜 제로에 가까워지는 혁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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