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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예리

취미요? 필기요! Z세대 ‘쓰는 법’

그 옛날 러브장과 캘리그래피에 이은 NEW ‘다꾸 열풍’


"필기는 이렇게 찍으셔야죠!" 이미지 출처 - 유튜브 #연고TV '공스타그램, 공부에 정말 도움될까?'편



당신의 필기, 10대에게 배우세요.

사회생활 3년 차 필자의 필기는 오로지 ‘정보를 기록하기 위해’가 전부일 때가 많다. 책상 위 굴러다니는 포스트잇, 혹은 메모 가능 핸드폰에 엉성한 날림 글씨체로 대충대충 정보를 받아 적는 일상. 어쩔 땐 필자의 글씨를 쓰기에 종이가 다소 아깝다는 생각까지도 들곤 한다.


그런데, 요즘 모범생들은 이런 면모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 필자가 최근 유튜브를 돌아다니며 깊게 감명받은 ‘요즘 애들의 문물’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필기 콘텐츠 되시겠다. 폰트인지 손글씨인지 믿기지 않는 글씨체에, 형형색색 형광펜과 스티커(간혹 아이패드), 척 봐도 효율적인 듯싶은 필기 탬플릿, 꾸준한 필기로 쌓인 양질의 콘텐츠와 성장한 본인의 모습을 PR 하기까지… 필기에 문외한이던 사람들도 혹할 듯싶은 새로운 필기문화는 이제 10대 문화의 메인스트림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이제 필기라는 개념은 단순히 글씨를 예쁘고 바르게 쓰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1. 컬러풀하고 때깔 좋은 다수의 필기 장비, 2. 넋 놓고 보게 되는 필기 과정, 3. 취향이든, 공부 점수든 필기로 이루어낸 히스토리(비포&애프터/발전 양상) 3요소가 추가되었을 때 진정한 ‘요즘 필기’로서의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착실한 공스타그램부터 귀여운 다꾸, 넘치는 용품 하울까지! 필기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출처: 유튜브 린디채널(상단) 유튜브 로즈하 채널(중앙)


필기할 필요한 건? 펜, 가위, 스티커, 혹은 아이패드


예전 필기와 요즘 필기를 가르는 가장 큰 요소, 요즘 필기는 장비빨이다. 공부를 목적으로 하는 공스타그램(공부스타 그램) 에서부터 취미 삼아하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까지 필기의 포맷이 다양한만큼, 그에 맞는 장비의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펜과 노트, 시중 스티커는 그저 기본. 요즘은 각종 장터 앱에서 개인이 제작한 인스(인쇄소 스티커)와 떡메(떡메모지)를 서로 공유하거나 거래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조금 여유가 된다면 아이패드와 펜슬까지 과감히 소비하는 풍경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필기를 위해 아이패드를 산다고?’ 싶지만, 패드에서 사용 가능한 ‘굿 노트’라는 디지털 필기 애플리케이션 단 하나 때문에 100만 원을 호가하는 패드를 구입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아이패드용 탬플릿과 스티커, png 파일, 스크랩용 이미지까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노트를 필요로 하는 필기러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필기 장비가 아닐 수 없다. 주로 공부를 목적으로 하는 유저들은 아이패드를, 다꾸로 아티스틱함을 뽐내고 싶어 하는 유저들은 아날로그 다이어리(6공 다이어리)를 선택하곤 한다. 어느 쪽이든 이름난 필기 유저들의 결과물들을 본다면 입이 떡 벌어지고 말 것이다.

난.. 아이패드로 다이어리를 써.. (출처 : 유튜브 오드라이프)


다꾸용품이 필요해? 태초엔 문구 덕후들의 브랜드 '덴스'가 있었다



내 맘에 드는 브랜드가 없을 땐? 내가 만든다! 떡메(떡메모지), 인스(인쇄소스티커) 만들고 서로서로 나눔해요. (출처 : 스타일쉐어 검색)



"에이~ 어린애들이나 하는 필기잖아!" 너무 아기자기하다고 생각하는가? 파스텔 무드는 딱 질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목. 요즘 필기의 세계는 깊고도 깊다. 필기 유저들은 10대-20대 초반 사이의 Z세대에 많이 분포되어 있지만, 20대 후반부터 3040까지 이른바 ‘돈 좀 있는 밀레니얼’ 사회인들도 쉽게 필기의 매력에 빠지곤 한다. 이들이 소비하는 필기 콘텐츠는 한층 더 비싸고 힙하며, 절제미가 강하다. 필기 혹은 다꾸 하면 생각나는 고정관념들이 해당 소비자들에 의해 많이 옅어지고 있는 추세다.

비싸거나, 힙하거나


“조금만 공들이면 내가 바로 금손! 코로나 시대, 더욱더 성장할 수 있는 신세대 필기문화”

요즘, 필기하는 이유 #1. 기록도 콘텐츠다. “금손을 인증할수록, 내가 금손이 돼요”


요즘의 필기는 뭐가 특별한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수놓은 필기 콘텐츠를 보면, 말 그대로 ‘종합예술’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기본적인 센스는 물론이요, 미술 능력과 손글씨, 글솜씨, 장비 자랑(?) 등 복합적인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야 하니 말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러브장’이니, ‘콩콩이 다이어리’니 하는 핸드메이드 필기 문화가 유행이었으나 금손들이 있다 하더라도 ‘반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정도의 인기로 묻혀버렸다. 하지만 2020년, 필기라는 콘텐츠로 종합예술을 선보일 수 있는 금손 꿈나무들은 이제 인스타와 유튜브를 타고 전국구 스타가 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종이는 인생과 같다. ‘인생을 여백 없이 알차고 아름답게 가꾸는 나’는 모두에게 전시하기 충분한 콘텐츠다. 똑똑한 Z세대는 본인의 필기 과정을 주기적으로 전시하고, 필기 콘텐츠가 쌓일수록 성장하는 본인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필기로 얻는 높은 점수의 성적표나 예술성 향상은 덤. 즉 필기 콘텐츠 히스토리 자체가 살아있는 비포/애프터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알차고 센스 있게 필기하고, 인증하고, 피드백을 받고, 또다시 필기하고… 성장을 위한 선순환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성장 지향적인 소비자 트렌드와 맞물려 필기 유저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필기는 인증이다! 이 시대 알찬 필기러를 대표하는 네이버 웹툰 <바른연애길잡이> '정바름' 처럼..



요즘, 필기하는 이유 #2. 새로운 힐링 콘텐츠 “보기만 해도 자극과 힐링을 동시에”

필기는 오디오와 비디오를 모두 충족시키는 ASMR이다. 글씨를 사각사각 채워 넣고, 한치의 오차 없이 반듯하게 색상 펜을 긋고, 핀셋으로 스티커를 하나하나 집어 레이아웃에 붙여 넣는 일련의 행위를 보고 있으면 마음에 안정이 찾아온다. 이러한 감흥은 필기 영상의 주 소비자인 학생 세대에서 더욱 배가되는데, 힐링을 느끼며 동기부여까지 동시에 얻기 때문이다. 또래가 제작하는 필기 영상에 Z세대는 힐링도 하고 자극도 받는다. 먹방이 1차원적인 욕구를 해소시키며 스트레스를 날리는 콘텐츠라면, ‘필방’은 보다 고차원적인 목표 성취 코드를 건드리는 콘텐츠다. 30대가 각종 필기법을 유명한 저자의 책으로 학습할 때, 10대는 또래의 필기법을 유튜브로 단숨에 시청해버린다. 필기 문화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현재 10대의 컬처로 자리 잡게 된 이유다. 

튜토리얼부터 브이로그까지.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필기 자극 영상' 출처 : 유튜브 NAIN 나인 채널(좌), 유튜브 소람 soram 채널(우)




새로운 필기문화 - 새로운 비주얼 언어가 온다

지금의 유스가 소비하는 필기 포맷은 새로운 슬랭이다. 아기자기하고 키치한 서브컬처였던 필기문화가 점점 1020 전반적인 유저가 소비하는 메인 컬처로 올라서고 있다. ‘금손’ 꿈나무들이 주도하는 타이포 트렌드, 곧 미래의 타이포 트렌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현재의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필기를 하나의 개성 표현 수단, 즉 패션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세대의 페르소나를 그려내는 무드 맵에는 ‘그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적는지’ 카테고리가 추가될지도 모른다. 개인의 필체와 개성, 이미지 조합, 열망하는 문구와 성장과정이 새로운 필기 문화엔 모두 녹아있으니 말이다. 이들에게 필기란 개인적인 사유물이 아니라 모두에게 내 지향점과 일상과 무드를 동시에 보여주는 행위이다. 아날로그로 본인의 철학을 기록했던 필기 1.0 몰스킨에서, 가까운 사람과 장치끼리의 효율적인 동기화를 이루어낸 필기 2.0(에버노트/노션/굿노트)의 시대로 올라선 지금. 이제 불특정 다수에게 비주얼 언어로 필기 컬처를 공유하는 제3의 새로운 필기 포맷이 나타나지 않을까.


가지공장의

기록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 일단 장비부터 구비해 볼까요?

쓰고, 꾸미고, 전시하고, 성장하면 진정한 ‘요즘 필기러’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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